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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Apr 20. 2019

불금과 TGIF

주5일 근무의 시작

주 5일 근무제가 시작된 게 언제였던가.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7월부터 공공기관을 필두로 처음 시작되었다. 평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가 법으로 만들어졌다. 휴무를 하루 더 늘려 근로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자는 취지를 담았다. 주5일근무는 1908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면화 농장 유대인들이 토요일에 안식했던 것에서 시작되었는데, 1926년 헨리 포드가 토·일요일에 공장가동을 멈추면서 다른 기업들로 전파되었고 1938년에 법령으로 제도화되었다.


주6일 근무로 돌아간다면

주 5일 근무 도입 초기, 내가 다니는 회사는 격주로 토요일을 쉬었고 이듬해부터 매주 시행하였다. "토요일은 오전 근무해도 되는데", "이틀은 너무 많이 쉰다" 일주일에 이틀을 쉬는 것을 놓고 동료들은 대체로 약간의 죄의식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젠 더이상 주 6일 근무는 상상하기 힘들다. 예전 처럼 일주일에 하루만 쉰다고 하면 가혹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틀 쉬는 것도 빡빡한데 전엔 어떻게 토요일도 근무했었는지 모르겠어" 옛기억을 떠올리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곤한다.


불금과 TGIF

우리도 이젠 '불금'이라는 말을 가지게 되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한 말이다. Thank God It's Friday! 의 약어인 TGIF가 그 것이다. 주5일 근무제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한 주의 일을 끝내고 파티로 금요일을 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지긴 했지만 주5일 근무를 체험하지 못한 우리에게 그 실체적인 의미가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이젠 생활어가 되버린 불금이 근사하게 의미가 통하는 말이리라. 그런데 우리는 왜 불금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금요일 일만 마치기만해봐라. 밤새 정신줄 놓고 놀면서 받은 스트레스 풀어야겠다" 이런 마음이 아닐까. 아마도 그건 평일에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줄어든 노동시간

기업들은 줄어든 노동시간 때문에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협박같은 우려도 늘어놓는다. 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많은 시간 일을 할수록 기업은 이익이 커진다. 착취 가능성으로부터 노동자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노동법을 만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근무시간이 짧은 일부 유럽국가들은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근무 형태도 바뀌어간다. 평일 근무자와 휴일근무자의 형태이다. 휴일근무자는 근무일수가 적기도 하지만 평일 근무자보다 시간당 임금이 더 높다. 평일 4일 근무자나 휴일 3일 근무자로 근무를 선택하는 때가 머지않아 보편화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근무형태에 익숙하기 까지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 노동시간을 전체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기업에게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일 테지만 말이다.


조화로운도시 생활

그러나 생각해보라.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일에 묻혀 살아가야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삶을 영위할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영혼 마저 착취당할 듯 많은 양의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4일 일하고 3일 쉰다면 우리는 마치 주5일제가 처음 시작될 무렵 보편적으로 공유했던 손톱만큼의 죄의식 같은 것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래도 노는 날보다 일하는 날이 하루 더 많지 않은가. 이 얼마나 조화로운 도시생활인가.


진정한 워라벨

조화로운 삶을 위해 뉴욕의 교수자리를 버리고 버몬트 산골짝으로 이주한 니어링부부에게 주4일 근무제는 여전히 과도한 노동일 것이다. 우리의 행복을 잉여이익의 무한확장에 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화로운 도시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곳에는 업무 스트레스로 털린 에너지를 채우려는 불금도 TGIF도 없다. 진정한 워라벨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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