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 산다는 것은
처음 집을 짓기로 결심했던 것은 아파트의 단조로움을 벗어나 보기 위해서였다. 또 다른 이유는 그 무렵 아파트 가격이 두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지방에서는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또한 때마침 땅콩주택의 열풍이 마음에 바람을 불어넣은 탓도 있었다.
이웃에 친하게 지내던 부부 친구가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며 엘리베이터에서 눈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인상이 좋아 여운이 남는 가족이었다. 아이들도 인사성이 밝아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인가 퇴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이 가족과 마주쳤을 때, 가족끼리 식사 한 번 하자고 내가 먼저 입을 뗐다. 한 번의 회동으로 두 가족은 급 친해졌다. 가족 캠핑도 가고 서로 집을 오가며 자주 어울렸다. 우리 집에서는 아내보다 내가 주택을 짓고 싶어 했다. 그쪽 가족은 J보다는 그의 아내가 개인주택에서 살고 싶어 했다. 나와 J의 아내는 부부가 모여 어울릴 때마다 잘 지어진 주택 관련 사진이 실린 책이나 잡지를 보며 아파트를 떠나 개인주택에 지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며 푸념처럼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 무렵 '땅콩주택'(이현욱)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듀플렉스 하우스라고도 부르는 이 같은 형태의 집이 용인 동백지구에 처음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 필지에 두 개의 주택이 나란히 지어진 형태를 말한다. 방송에도 여러 번 등장하면서 한 때 붐이 일었다. 땅콩밭이라고 불리는 땅콩주택 주거단지 촌이 개발되어 분양되기도 했다. 우리는 부부 동반으로 용인, 동백지구의 그 땅콩집을 구경 갔다. 집은 이미 유명세를 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집 주변을 서성거리며 둘러보고 있었다.
땅콩주택은 건축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 주택 생활을 꿈꾸는 서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두세 가구가 공유하는 공동주택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책에 소개한 사례처럼 가까운 지인이나 친척들이 의기투합하여 개인적으로 짓는 경우는 그래도 문제가 덜하지만, 대규모로 지어진 땅콩밭에 입주를 하는 경우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들어가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촌에 다니다 보면 도가땅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필지의 땅에 대해 종종 듣는다. 문중땅을 말하는데, 권리 관계가 복잡해서 자기 지분이 있어도 처분이 곤란하다. 자기 지분에 대해 재산권 행사를 하려면 문중의 공동명의자들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공동명의 소유하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땅콩집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개별 등기가 어렵고 처분할 때도 모든 공동명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자기 지분에 대한 매매를 통해 처분할 수밖에 없는데 거래에 있어서 약점이 되어 가치가 떨어진다. 가족이나 지인이 개별로 짓는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이가 좋을 때는 좋지만, 살다 보면 사소한 일로 진지하게 싸우는 게 우리의 어리섞음 아닌가? 그렇게 되면 땅콩주택이 분쟁주택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재산 처분에 어려움이 생긴다.
우리 두 부부의 땅콩집 추진 계획은 무산되었다. 내가 구한 택지는 여건상 두 집을 앉히기엔 몇 가지 제약으로 면적이 빠듯했다. 결국 우리 가족만 단독으로 건축을 하게 되어 '땅콩주택'은 못 이룬 꿈이 되었다. 그러나 집을 지으면서 알게 된 지식으로 볼 때 땅콩집을 짓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누군가는 5억짜리 집을 3억에 준다고 해도 땅콩집은 안 사겠다고 소셜미디어에 일갈하였다. 땅콩주택의 선택은 그 만큼 신중한 고민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참고. 위 사진의 주택과 글의 내용에서 제기한 문제는 관련이 없음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