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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Mar 04. 2019

빼앗긴 하늘에도 봄은 오는가?

에비앙은 생수로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이 생수회사에서 지원하는 마스터즈 골프대회가 유명하다. 에비앙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것은 상당히 오래전이다. 아직 우리라나에 생수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었다. 주로 유럽을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에비앙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이다. 생수의 대명사가 되면서 에비앙이란 도시는 물과 관련된 관광 상품으로 유명해졌다. 일반적인 유럽의 물과는 달리 알프스 산맥의 눈이 녹아 자연정화되어 흘러내린 물은 석회질이 없이 깨끗하다. 에비앙 생수는 이 마을의 까샤 샘(Source Catchat)에서 기원한다. 이 물을 마시고 신장결석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지금의 관광지가 형성되었다.


지금이야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지만 유럽의 식당에서는 물을 마시는데도 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생소하게 들렸다. 손님에게 엽차를 내주는 우리나라의 정서로는 야박하게까지 느껴졌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떠올랐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듯 생수를 사 마시고 있지만, 물을 마시는데 돈을 내야 한다는 걸 상식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비데가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상당히 비싸서 고급 아파트나 호텔에서 볼 수 있었다. 모 회사의 비데가 렌트 형식으로 월 몇만 원의 장기계약 상품으로 등장하면서 가정에도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가격이 저렴해지고 제품도 다양해졌다. 비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왜 볼일 보고 마무리 짓는데도 돈을 내야 하나 생각했다. 지금은 개운함에 매료되어 처음 사용할 때의 묘한 어색함도 잊어버릴 정도로 익숙해졌다.


유럽 최초의 비데는 중세 때 마담 드 퐁파두르가 말년에 냉으로 고생하자 개발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비데라는 이름도 불어에서 유래한다. 비데가 많이 보급되기 전, 유럽을 패키지여행할 때 호텔에 설치된 비데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한 일부 손님이 그곳에서 과일을 씻거나 세면대로 사용하는 해프닝도 종종 벌어졌다.


그 무렵이었던가 신문광고에서 산소를 캔에 담아서 판다는 광고를 보았다. 천식환자를 위한 의료 대용품이라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일반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었다. 이젠 공기도 이렇게 담아서 팔기까지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가정용 공기청정기가 보급되기 전이어서 이게 팔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내일이면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닷새째이다. 온통 까만색, 붉은색으로 표시된 한반도는 나라 전체가 최악의 미세먼지로 숨 막히는 봄을 맞고 있다. 산소캔이 생각났다. 뉴스를 보니 마스크, 공기청정기와 함께 산소발생기 판매가 급증했다고 한다. 전체 산소 관련 상품의 소비가 2013년 대비 148%나 증가했고 그 가운데 산소캔 판매량은 2.5배가량 늘었다. 산소발생기의 판매는 같은 기간 406%나 급증했다는 뉴스가 놀랍지도 않다.


예전엔 동네마다 에비앙 마을의 까샤 샘(Source Catchat) 같은 약수터들이 있었다. 에비앙 같은 약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인근 주민들이 물통을 들고 만나는 소통의 장소였다. 츄리닝 바람으로 물통 들고 운동삼아 나선 약수터 길은 상쾌함을 주었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은 덤으로 얻어가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 소박한 행복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희뿌연 먼지로 잃어버린 화창한 봄 하늘도 언젠가 돈을 주고 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 문헌>

'명품 생수의 도시 프랑스 에비앙을 가다', 데일리안 기사

http://www.dailian.co.kr/news/view/388848/?sc=naver


'비데', 나무위키

https://namu.wiki/w/%EB%B9%84%EB%8D%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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