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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Mar 14. 2019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우리는 왜 스토리를 좋아하는가?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음의 문으로 온갖 복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웃음과 긍정적인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우리가 웃어야 할 이유는 백가지도 넘게 찾을 수 있다. 젊어지기 위해서, 건강을 위해, 좋은 관계를 위해서... 등 궁극적으로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에 인색한 이유 또한 차고 넘친다. 사실 웃을 일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억지 웃기라도 시작하라고 한다. 즐겁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라도 웃음 지으면 즐거워진다. 웃는 순간 우리 뇌는 즐거운 일이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것은 웃음의 선순환을 일으켜 마음을 즐겁게 만든다.


웃음은 신비다. 웃음은 마치 사랑처럼 설명을 듣기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낫다. 웃음은 인간의 가장 지성적인 행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어떤 동물도 웃지 않는다. 웃는 행위는 예민한 지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웃는다는 것은 어떤 상황의 우스꽝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깔깔대며 웃는 친구들 사이에서 영문 모르는 얼굴로 함께 했던 기억이 있지 않은가? 그것은 이야기의 내용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화적 차이나 이해 부족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스토리엔 악당이 필요하다.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는 밋밋하다. 강하고, 사악할수록 독자들은 주인공을 동정한다. 악당으로부터 야기된 갈등과 긴장은 독자를 몰입시킨다. 스토리 속의 갈등이 해결되는 순간 독자들은 더 이상 집중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초조함을 원한다.


농담도 이와 같다. 교묘한 배열이다. 어떤 이야기가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그것은 서술에 불과하다. 스포일 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웃지 않는다. 예상대로 끝을 향해 잘 나가다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순간 마음을 잊어버린다. 이성과 논리도 사라진다.


웃음은 텅 빔이며 멈춤이다. 그것은 내려놓음이다. 웃음은 더 이상 마음에 머물지 않을 때 경험되는 신비라 할 수 있다. 가슴으로 웃을 때 마음은 멈춘다. 마음은 웃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음은 우리를 심각하게 하고 무겁게 하며 병들게 한다. 배꼽 빠지는 웃음은 마음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마음 너머 우리의 가장 내밀한 영혼으로부터 터져 나온다.


작가는 유능한 스토리 엔지니어가 돼야 한다. 스토리의 구조적 장치들에 능숙하다. 마음의 속성을  잘 이해하여 적절한 얼개를 구조화한다. 우리가 장편 미드에 빠져 귀한 시간을 마구 투척하는 이유다.


우리들은 스토리를 좋아한다. 우리의 뇌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뇌는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 형태'로 저장한다.  나열된 정보를 '나와 상관없는 것'으로 처리한다. 그것이 연결되어 이야기가 될 때 주인공의 눈으로 상황을 인식한다. 인류 최대의 베스트셀러 성경도 이야기 구성인 걸 보면 우리에게 스토리는 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Fact tells, but story sells

‘사실’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칠 뿐이지만
‘스토리’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이야기 꾼은 존재했다. 이솝, 셰익스피어, 안데르센, 방정환, 조앤 롤링... 그냥 떠오르는 이름만 댄다고 해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전 시골 마을에서도 이야기꾼은 환영받았다. 엽전 한두 닢을 주고 이야기꾼들의 입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변사의 시대로 이어졌다. TV 시대를 맞기 전 라디오 드라마는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인쇄기술의 등장과 함께 문서가 스토리텔링의 자리를 대신했다. 문서는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스토리의 자리를 대신하지는 못했다. 소셜미디어 시대를 맞으며 스토리는 네오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기업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기술들을 공유하고 조직 내에 구현하고 있다. 블로그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토리는 공유되고 부흥하고 있다.


스토리 텔링은 우리의 가드를 내리게 하는 마법과도 같다.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라고 하는 순간 우리의 귀는 반응한다. 일단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귀를 연다. 긴장으로 유도되는 몰입을 기대한다.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터질 웃음을 상상한다. 웃음이 사라진 삶이 김 빠진 맥주가 되듯이, 이야기가 없다면 그것은 밋밋한 다큐멘터리가 되고 만다. 스토리텔러가 될 때 우리 개개의 삶은 한 편의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다.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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