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서 산다는 것은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그 실체가 알려졌다. 후일 김근태 고문사건을 다룬 <남영동1985>과 함께 영화로 만들어져서 대공분실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 건물은 1976년 김수근이 지었다.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도 그가 지었다. 대한민국 현대 건축 1세대, 한국건축사의 거목이라는 김수근에게는 그가 지은 많은 건물 가운데 하나의 오점으로 남겨진 건물이다.
건물은 악랄한 용도에 맞게 꼼꼼하게 지어졌다. 피의자는 건물 후면 작은 뒷문을 지나 5층 취조실로 곧바로 연결되는 나선 계단을 두려움으로 끌려갔다. 15개의 취조실은 문들이 서로 마주 보지 않도록 설계되어 열어 두어도 피의자들은 서로 볼 수 없었다. 검은색 벽돌 외관의 7층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취조실의 창문이다. 머리조차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세로 창은 반투명한 유리로 막혀있어 세상으로 시선도 보낼 수도 없었고 투신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 외부와 단절시켜 안에서 자행됐던 고문과 취조를 감추려던 설계 의도가 잘 반영되었다.
몸이 100냥이면 눈이 80냥이라고 한 옛말이 있다. 감각기관 중에서 그만큼 눈의 역할의 중요함을 말한 것이리라. 주택에서 창이 그와 같다. 몸의 눈과 같은 역할이라 볼 수 있다. 내부는 창을 통해 외부와 소통한다. 따스한 햇살도 파란 하늘도 창문을 통해 전해진다. 주택 건축비에서 창호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창호의 개수와 크기, 품질에 따라 가격차이가 크다. 기능적인 특성에 따른 선택사양에 따라서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외부와 연결되는 창은 단열과 외양을 고려해야 한다. 동절기 외부 기온을 고려해 품질 좋은 창호를 써야 한다.
방향도 중요하지만 창호의 크기도 중요하다. 큼직하게 계획한다고 했는데도, 건물이 완공되고 나서 열이면 아홉이 좀 더 크게 냈어야 했다고 하며 후회한다. 나도 그랬다. 너무 크게 만드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도 결국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집 다락방에는 하늘이 보이는 천창을 내었다. 주택을 짓는 사람들의 흔한 로망 중에 하나다. 좋은 제품들이 많지만 그만큼 비싸서 크게 내기도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은 낮과 밤의 하늘을 감상하고 싶다면 좀 더 넓은 창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취조실의 창을 보면 대공분실 건물은 외형적으로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내부시설들은 기능적으로 아름답고 완벽한 건축물이다. 애초에 치안 및 방첩 용도로 지어져 ‘고문 공간’으로서의 탁월한 공간 구성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취조실 벽은 내구성 강한 철제 흡흠재로 마감되었다. 비명소리는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는다. 이 아름다운 장애 건물 내에서 사법적 장애 현상들이 조직적으로 자행되었다. 대공분실은 이근안 류의 괴물들을 낳았고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이들에게 고문과 취조가 가해졌다. 대공분실에서 목숨을 잃거나 평생 심신의 장애를 안게 되었다.
<참고 문헌>
이정국.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창문의 비밀(2012. 11).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