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우리 아들 진짜 잘생겼다. 언제 이렇게 멋있어졌지?"
목욕을 막 마친 아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말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 보인다고, 비쩍 마른 몸에 짙은 눈썹 말곤 가는 선이 오고 가는 그런 얼굴이 내게는 마스터피스처럼 보인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눈썹은 물에 젖어 더 새까맣고 뽀얀 얼굴은 비누를 갖다 대도 기죽지 않을 만큼 보드랍고 매끈해 보인다. "웃으면 더 멋있어?"하고 씩 웃는데 나도 같이 웃음이 나온다.
그러다 느닷없이 질문을 한다.
"엄마는 아이들 중에 누가 제일 멋있어?"
올 것이 왔다.
나는 준비해둔 답을,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진심인 말을 했다. 그러나 전처리가 필요했다. 아들에게 술을 가르치면서 먼저 해야 할 말이 있듯이 내게도 그런 준비해둔 순서가 있었다.
"제이야, 이건 진짜 진짜 비밀인데. 진짜로 비밀이야. 너만 알고 있어야 해"
"뭔데?"
이미 우리 둘 뿐인 욕실이지만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며 귓가에 대고 말했다.
"엄마는 세 명 중에 너를 가장 사랑해."
"근데 왜 이게 비밀이야?"
"동생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자기보다 오빠를, 형을 더 사랑하는 걸 알면 너무나도 속상하고 슬프겠지? 그래서 비밀이야. 그리고 혹시라도 동생이 물어보면 꼭 말해줘. 엄마는 너를 가장 사랑한댔어.라고"
"응, 알았어."
아들이 문가를 훔쳐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들은 내 진심과 정성이 들어간 대답에 만족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리곤 나오자마자 팬티도 안 입고 돌아다니며 동생을 찾아 부른다.
"헤이야! 헤이야!"
왜 그러냐니 할 말이 있단다. 나는 속으로 겁이 나서 "나중에 해, 이리 와서 옷부터 입어." 하고 쫓아다닌다. 넓어봤자 집안이라 금세 어디 있다 튀어나온 동생을 붙잡고 제이가 말한다.
"헤이, 너 그거 알아? 엄마는..."
내가 말릴 새도 없이 말을 이어나간다. 크고 우렁찬 목소리엔 웃음기도 가득하다.
"헤이야, 엄마는 너를 가장 사랑한다? 몰랐지? 이제부터 잘 알아. 알겠지?"
어리둥절하면서도 엄마가 자길 사랑한다는 말에 동생도 나와 오빠를 번갈아보며 "응, 나도 엄마 제-일 사랑해" 하고 인형 든 팔을 양옆으로 쭉 펴 보이며 말한다. 아들의 좁고 마른 등 너머로 웃는 얼굴이 환하다.
놀이터에 다녀와서인지 둘째가 평소보다 더 일찍 잠이 들었다. 어두운 방에 나란히 누운 첫째 아들의 얼굴을 살피는데 눈을 뜨고 나를 보고 있다. 씩 환하게 웃느라 눈이 감겨보일 정도였다. 어찌나 환하게 웃는지 나도 웃음이 났다. "안아줘"하고 어린 목소리로 내 팔을 당긴다. 목베개를 한지 한 5초 지났나, "헤이도 안아줘."하고 목을 쓱 들어 올린다. 넘치게 있으면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사랑 같다. 세 아이들에게 내 사랑의 100을 나눠줘야만 한다면 우리 집 같은 다둥이들에겐 혹독한 처사다. 나도 낳기 전엔 몰랐는데 나나 남편에겐 아이들 각자 몫이 100씩 가득 있었다. 다만 그들이 각자 알 수 있도록 지혜롭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할 따름이다. 그래서 아이가 셋이지만 평소에 덜 조급한 마음이 내게 필요하다.
오늘 내 마음을 알아준 아들이, 나눠주려는 마음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밤이, 달같은 세 아이가 나란히 누운 방에 차마 겨울을 남기지 못하고 떠났다. 따뜻한 기운만 가득한 완연한 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