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들과 바닷가에 있는 공원에 가서 네 시간을 놀았다. 집에 돌아올 무렵 아이들은 흙에서 막 캐낸 감자같이 생겨서 차에 몸을 던지듯 앉았다.
차 안 여기저기 흙가루가 떨어지는걸 보며 마음에 먹구름이 끼는것 같았지만 이내 아들의 목소리에
기운을 차린다.
"아 오늘 진짜 재밌게 잘 놀았다." 탄성처럼 아들이 뱉어낸다. 남편 왈 -, "제이가 잘 놀았다고 말할 땐 진짜 지칠 때까지 논거야." 아들은 콘서트를 가더라도 나훈아, 이승환, 아니 싸이의 콘서트 정도는 되어야 잘 다녀왔다고 할 거다.
그리고 집에 와서 또 옆 아파트에 서는 장터를 갔다. 그동안 모은 칭찬스티커로 장난감을 사는 날이라 아들은 피곤했지만 날개 단 듯 걸어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걷다가 다리가 꺾이는 것을 두 번 봤지만 나와 남편은 못 본 척해줬다. 집에 와서 목욕물을 받아서 17개월짜리 남동생과 한 시간을 더 놀았다. 그리고 주말에 보려고 아껴둔 만화를 조금 보다 잘 시간이 되어 여차저차 누웠다. 그제야 피곤해서 저녁 내 말이 없던 아들이 입을 뗀다, "엄마, 나 오늘 아빠랑 로봇 놀이 못했어." 눈은 이미 반쯤 감겼는데 무슨 소린가 이 사람아. 싶지만 "어, 그랬지. 내일은 꼭 아빠한테 한 시간 로봇 놀이해달라고 하자, 엄마가 말해놓을게. 제이도 내일 잊지 말고 아빠 오시면 만화 끄고 곧장 나와 알았지?" "응" 가까스로 대답을 하고 눈을 감는다. 잘 자 인사도 안 했는데, 뽀뽀도, 막냇동생 안아주기, 하트 날리기, 물 마시기, 질문하기, 이야기하기 등등 온갖 잠자리 루틴을 핑계로 자는 것을 미루던 평소의 그는 온데간데없이... 잘 자. 내일 또 놀자. 이제 11시간 뒤에 보겠다. 노는 것이 사명인 여섯 살 남자는 굶주린 사자가 사냥하듯 지치지 않고 노련하게 - 온종일 놀다가 일순간 긴 잠에 빠져든다. 그는 늘 (노는 것에) 배고프다. I'm still hung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