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있는 월요일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은 2학기가 시작하고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시작했다. 받아쓰기는 급수제가 있다. 급수가 올라갈수록 의외로 어려워서 어른들도 맞추기 어려워 보였다. 받아쓰기 덕분에 월요일마다 스릴이 있다. 이번주에 본 받아쓰기 3급에서는 '된장찌개'를 틀려왔다. 이번 점수는 70점으로 여태 90점을 유지하던 것에 비해 낮은 점수였다. 여행을 다녀오느라 준비가 소홀한 것 치고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대놓고 실망했다. 꽤 어려웠어, 공부를 좀 덜했지? 하고 다독여도 한숨을 쉬며 연필로 공책을 북북 긁어댔다. "양지후는 100점 맞았어." 본인이 틀린 것보단 평소에 자기보다 낮은 점수를 맞던 친구가 백점을 맞은 것에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그런 속마음을 모른 채 하고 "그래, 지후는 열심히 준비했을 거야." 하고 말았다. 그 뒤에 이어지는 아이의 말이 가관이다.
"아, 기도까지 했는데..."
잉? 뭐라고?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어?"
"어!"
화가 난 어, 소리에 기가 차다. 가르칠게 태산이다.
시험에 너무 과열되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학원도 안 다니면서 학교 교과목도 못 따라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내가 가르치지 않는 것을 학교에서 배워와서 이야기하면 조금 신기하지만 종이에 적힌 100점을 보면 많이 기쁘다. 엄마의 이런 기분을 아이가 알아채지 않았으면 했지만 학교를 다닌 지 반년 만에 아이도 눈치챈 것 같다. 미안하다. 키가 작아도 멋진 채송화로 키우고 싶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부모인 나조차도 아이 자체보다 덜 중요한 것들에 마음을 뺏긴다. 너도 일 학년 엄마도 일 학년. 자라느라 애썼다. 배우느라 수고 많다. 토닥토닥.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