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리다.

그리움의 진화, 검색

by 곶감이

[글 속의 모든 이름은 가명입니다.]


"일본, 구리다."


한국어 중급반 수업이었다. 일본인 학생 히토미 씨와 일본의 근무 환경 동영상 컨텐츠를 보고 있었다. 하필 영상 속 도시가 히토미 씨가 대학생 때 살았던 곳이다. 아기자기하면서 고풍스러운 일본 골목이 매력적이었다. 그때 히토미 씨가 담담하게 말한다.


"일본, 구리다."


'구리다?'

평소 예의 바르고 모범생인 히토미 씨의 입에서 비속어가 나온 것도 의아했지만 일본이 구리다고? 화면을 보며 예쁘다고 생각한 내 취향이 뒤쳐진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할 때, 내 표정을 읽었는지 히토미 씨는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한다.

"일본 구리다, 맞아요? 선생님?"


'글쎄, 맞나? 맞다고 해야 해? 구리지...않은데'


"히토미 씨, 일본 뭐가 구려요?" 하고 묻자

"일본 음식, 골목 너무 너무 구리다." 한다.


"아하, 그립다! 그립다,예요."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 산 지 3년이 되어가는 히토미 씨. 특히 일본 음식이 그립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한국어로 빼곡히 적은 휴대폰 메모장을 내게 보여준다. 시소 잎은 깻잎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맛과 향이 다르다고 물기 머금은 눈으로 설명 해준다.

나 역시 10년 넘게 해외살이를 해서 그 그리움을 잘 알고 있다. 미국에 살 때 깻잎을 심어 키웠던 것이 기억났다. 제육볶음을 해서 같이 먹으려고, 참치김밥에 넣고 싶어서... 화분 하나를 두고 한국을 그리워했었다. 이후 수업에는 히토미 씨와 함께 이 그리움을 잠시 잊게 해 줄 시소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다.


이렇게 그리움에 시소 한 장을 사려고 검색하기도 하고, 특정 종교 때문에 '주정이 들어가지 않은 간장'을 구하느라 검색을 하기도 한다. 이사를 하려고, 아이 어린이집을 알아보려고 인터넷에 검색을 하기도 한다.


나는 00시의 가족센터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도시는 작년 대비 올해 역시 외국인 거주민의 비율이 더 높아졌다.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덧 전체 인구의 7퍼센트에 임박했다. 내 학생들은 주로 결혼이민자들이며 아이를 양육하는 나와 비슷한 일과를 보내는 여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검색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은 한국의 여자들과 조금 달랐다. 한국어를 배워야 하고, 할랄 음식을 찾아야 하고, 한국인과 다른 피부톤에 맞는 화장품을 찾는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외에도 나는 학생들을 도와 여러가지 검색을 함께 한다. 학생들은 필요한 것들이 찾아지는 그 소소한 기쁨과 편리함 속에서 그리움을 잊거나 묻어두게 된다. 나의 학생이면서 이웃인 이들에게 한국에서 자신이 더이상 이주민이 아닌 한국인으로 찾아질 때까지 검색은 계속 될 것이다.


찾고 찾아지는 그 소소한 기쁨으로 독자 님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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