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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는샘 이혜정 Sep 01. 2021

[혼자생각]_ 화장(化粧)

화장(化粧)     


학교를 가기 위해

화장을 했다.     


이게 뭐라고

내 귀한 시간을 쓰는 걸까?   

  

프랑스 비평가 바르트는 말했다.

화장은 배설물을 버리는 것 말고도,

사형수를 교수대로 데려가기 전 치장하는 일이라고.  

   

그래서, 화장은

옷을 입고 얼굴을 꾸미며 

스스로를 제물로 만드는 일이라고.     




아닌 것 같다.

분명

나는 그렇지 않다.   

  

폭풍검색하여

미리 가을 옷을 주문하고     


아침의 한 시간 같은 10분을 

분칠하는 데 쓰며,     


전신 거울을 보며 

옷태가 나를 충족시키는지 몇 번이고 고심했던 일이     


날 제물로 만드는 일이라고?

그 누군가를 위해서?     




오직

나를 위해서

했던 고귀한 행사였다.     


내 화장은

그들의 위한 선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을 것이란 호기이다.   

  

내 화장은

그들의 호감에 대한 값이었던 게 아니라,

내 흠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양심이다.     


내 화장은

다른 이들과는 전혀, 그 어떤 관계도 없는

내 하루 일과의 첫 몸부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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