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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일기] 남의 떡이 더 커!

by 웃는샘 이혜정
나혼자그냥철학 12.jpg


왜 굳이 그것을…….

근데,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야.

그러니까……

이제는 좀

너 옆을 봐봐.

너 안을 들여다 봐봐.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괜찮은지.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 놓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경계하기도 한다. 그들이 들고 있는 떡이 내 것보다 더 크다고 여기며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물고 있는 개가 물에 비친 자신의 고깃덩어리를 욕심내다 결국 자신의 것도 잃게 되는 유쾌 씁쓸한 전래동화가 있다. 나는 그 이야기 속 욕심 많은 개가 참 안쓰러웠다. 나와 비슷한 종족을 바라보는 연민이라고나 할까. 자신의 것을 알지 못한 채, 남의 것만 바라보는 그 마음이 오죽하겠나 싶다.


나는 늘 누군가를 부러워한다. 중학교 때에는 나의 앞 등수 아이들이 부러웠고, 고등학교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체육선생님께 칭찬을 듣는 체력 좋은 친구들이 부러웠다. 대학교 때에는 잘 꾸미고, 잘 노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교사가 되고 나서는 뭔가를 잘해서 인정받는 선생님들이 그렇게도 질투 났다. 더불어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이를 잘 키운 엄마들, 센스쟁이 신랑을 둔 여자들을 보며 배 아파 하기도 했다.


캔맥주를 따서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신랑이 웃으며 말한다.

“왜? 또 누가 부러웠어?”

신랑은 부담스러울 만치 나를 잘 아는 것 같다.

‘누군가가 부러우면 지는 거야.’

이렇게 생각한 나는 엄청 쿨한 척 이야기한다.

“아니, 부러운 건 아니고. 근데 여보, 그 사람 정말 대단해. 자신이 수업한 내용으로 유튜버 활동도 하고, 결국에는 책도 냈더라고. 당신도 보면 깜짝 놀랄 거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

내가 쉬지도 않고, 그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무심한 신랑은 아무 반응 없이 듣고만 있다.

“…….”

“여보, 내 말 듣고 있어?”

“그래서 그 사람이 부러웠어?”

“부러운 게 아니라니까.”

“그게 부러운 거지. 참 피곤하게 산다. 이혜정.”

괜히 성질이 났다. 부러워 한 것이 아니라니까.

“내가 뭘? 훌륭한 사람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내가 못 한 일 해낸 사람 보면 부러울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 문젠가?”

“너는 어떤데?”

“어?”

“그 사람은 이렇게 저렇게 잘났는데, 너는 어떤 것 같냐고? 그것 좀 생각하며 살아라. 자기가 가진 게 뭔지도 모르면서. 으이고 답답아!”


가끔, 이런 신랑의 무심한 말들이 나를 또 철학하게 만든다. 나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진 것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결핍된 부분만 생각했었다.


그럼, 한번 내가 가진 걸 생각해 볼까?

우선 교사로서 아이들 교육에 열정적이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변의 인정을 받아왔다. 둘째, 신랑도 그 정도면 무난하다. 셋째, 아이들? 아직은 어려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는 괜찮다. 예쁘게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넷째, 음……, 내 생각을 간단한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재주도 있고, 키는 작지만 그리 못생긴 편은 아닌 것 같다. 다섯째, 돈은 뭐, 내가 사고 싶은 음식은 별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정도? 땅값이 싼 지방이지만 30평대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경차이지만 나 혼자 어디로든 갈 수 있게 자차도 있다. 여섯째, 친구는 많지 않지만 쓸쓸할 때 불러낼 수 있는 한 두 명은 있는 것 같고, 일곱째, 계획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추진력과 문제해결력도 어느정도 있는 듯 싶다.


이제,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생각해 보자.

첫째, 돈이 크게 많지 않다. 둘째, 키도 작다. 화려하게 예쁘지 않다. 셋째, 좋은 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넷째, 책을 내고 싶은데, 원고투고한 몇 군데의 출판사에서 다 까였다. 다섯째, 겁도, 걱정도 많아서 그리 많은 여행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견문이 짧다. 여섯째, 놀 줄 모른다. 운동도 못한다. 체력이 바닥이다.


이렇게 적다 보니, 어머 웬일이야? 내가 가진 것들이 조금 더 많다.

‘왜 그동안 없는 것만 생각했을까?’

분명 내가 가진 것들을 못 가져서 힘들어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것들 중에 하찮고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당연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정말 하나도 없다.


나는 맨날 남의 떡만 쳐다보다가 내 떡들이 썩어 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지금부터라도 가지고 있지도 않은 떡들을 생각할 시간에 내 떡들을 어떻게 더 맛있게 먹을지 생각해 봐야겠다. 혹시 알아? 내가 가진 떡들이 빛을 발할지. 혹시 알아? 누가 기특하다고 새로운 떡을 보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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