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모과, 「모멘트 아케이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중
What if?: 만약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의 기억 데이터(모멘트)를 사고 팔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식물인간들은 그 가상현실 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Why this?: 가상현실에 관한 작품은 많았지만, 기억 데이터가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이 정도로 현실감 있게 묘사한 작품이 있었던가. 작품에서처럼 연인과의 사랑뿐만 아니라 심지어 ‘살인’까지도 체험할 수 있다면... 과연 현실에 미치는 파장은 얼마나 엄청날까? 더군다나 일부 식물인간들이 가상현실 속에서만 의식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현실감 있는 인물과 스토리가 결합되어 엄청난 대작이 탄생했다. 주인공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지는 반전까지도 완벽하다. “이젠 네 삶을 살아.”라는 대사가 책을 덮은 후에도 귓가에 울린다. 이 작품은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휴머니즘 SF 대작이다. 영화화 되어도 참 좋을 것 같은데... 아무튼 두고두고 읽으며 참고하게 될 것 같다.
가린 씨, 소식 들었어요. 축하해요. 이제 드디어 언니의 얼굴을 직접 만져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그곳은 어떤가요? 저는 한산한 거리에서 은은한 가로등 사이로 흩날리는 벚꽃을 맞으며 산책하는 모멘트를 참 좋아하는데요, 아무리 모멘트를 반복해도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남아요. 제 몸에 직접 닿은 꽃잎은 아니니까요.
언니의 말대로 이제 가린 씨의 삶을 살아요. 골방에서 나와 언니와 새롭게 시작하세요. 춥고 배고팠던 겨울은 잊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기적 같은 일상을 되찾았으니 부디 앞으로 제 몫까지 더 잘 살아 주세요.
저는 제 직업을 사랑해서 여기에 더 남을게요. 가린 씨가 말한 대로 소중한 모멘트를 누군가에게 추천해주는 건 제 직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제 사명이기도 하거든요. 세션이 종료되는 날까지 또 다른 가린 씨를 찾아서 응원해줄게요. 이것이 제 방식대로 깨어 있는 삶이니까요. 가끔 언니와 아케이드에 놀러 올 거죠?
From 100 days dream
Why not?: 의식이 깨어난 주인공에게 아케이드에 남아 있는 ‘100 days dream 모멘터’가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다면 어떤 내용일까 상상해 보았다. 언니의 뭉클한 사랑과 조력자의 선행이 우리를 깨어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