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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죠쌤 Jan 18. 2023

죠쌤의 패러디 습작: 「패나」

박문영, 「패나」,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중

What if?: 만약 타인의 감각을 최대 50퍼센트까지 체험할 수 있는 체험기기가 발명된다면? 연예인과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감각을 체험하는 데 중독되어 버린다면?


Why this?: 타인의 감각을 자신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얼마나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매력적인 동시에 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가 된다. ‘패나’라는 체험기기에 빠진 아이들이 음악 활동과 같은 체험학습캠프를 통해 진짜 감각을 회복한다는 설정이 현실적이며, 캠프 강사인 주인공이 ‘수이’와 이어가는 스토리도 흥미진진하다. 예상치 못한 마지막 반전도 놀라웠다. 이 작품을 한 줄로 요약하는 듯한, 작품 속 ‘패나, 감각의 외주화’라는 표현이 너무 멋있다. 짧지만 여운이 남는 인상적인 단편이었다.


나는 늘 그랬듯 다음 행선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반년 뒤 국도 주변 낚시터에 차를 세우기 전까지.

 “자, 애청자 여러분, 오늘은 예고해 드린대로 스튜디오에 그 분을 모셨습니다. 누구인지 다 아시죠? 국내 최고의 인기그룹이자 체험기기 사용자들의 선호 순위 1위인 아이돌 그룹 ‘웨이크’의 장유성 씨입니다. 지금 댓글창이 폭주하고 있네요. 안녕하세요?” 

“하하, 체험기기 사용자들이 저희 그룹을 가장 많이 사랑해주시는 지 처음 알았네요, 반갑습니다. 웨이크의 장유성입니다.”

“네, 오늘은 웨이크라는 그룹보다 장유성 씨 이름에 포커스를 더 맞춰야겠어요. 이번에 싱글로 신곡 내셨잖아요.”

“맞아요, 어제 발표했는데 벌써 많은 팬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번 곡은 단순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아주 매력적인데요, 특별한 분이 작곡하셨다고요?”

“네, 맞아요. 제 10대 소녀 팬이 직접 작곡한 곡이에요, 특히 뜻 깊은 이유가 패나, 아 브랜드 네임을 직접 말하면 안 되죠? 그러니까 패*으로 매일 저희와 함께 한 열성 팬이시라고 하셨어요.”

 또, 제품 스폰을 받고 홍보하러 나왔구만,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다른 방송을 들을까?

“와우, 10대 소녀가 작곡이라니 대단하군요, 이름이 어떻게 되죠?”

“수이라는 분이에요. 작곡을 배운지 1년도 되지 않았다고 해요.”

‘수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행히 자율주행 차는 상황을 인지해 급정거하지는 않았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10대 학생이 혼자 이 매력적인 곡을 작곡했다는 말인가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요?”

“네, 맞아요. 수이 씨는 재능이 엄청나요.” 

 혼자 작곡했다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수이에게 작곡을 가르쳐주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대단하네요, 혹시 수이 씨가 작곡하던 모멘트가 남아있나요?”

“네, 패*으로 접속해보시면, 수이 씨가 작곡할 때의 감성을 직접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인플루언서로 활동도 시작하셨으니까요.”

 나는 차 안에서 즉시 패나를 주문했다. 며칠 후 수이의 계정을 팔로우했고, 그녀가 해변에서 작곡하던 모멘트를 무료 체험했다. 우리가 함께 걷던 장소였고, 함께 공유했던 멜로디였다. 나는 주저 없이 최대 금액을 결재했다. 공감각 수치를 최대치인 50퍼센트까지 올렸다. 수이의 계정으로 DM을 보내려고 창을 띄웠다.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Why not?: 원작처럼 라디오 방송 상황은 그대로 두면서 내용은 살짝 바꿔보았다. 수이가 주인공에게 작곡을 배웠던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이 따르는 아이돌의 작곡자가 된다면 어떨까? 주인공은 과연 수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까? 함께 활동하자? 축하한다? 왜 거짓말 했니? 수익을 나누자? 독자의 상상에 맡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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