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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Worldwide Oct 01. 2021

미국의 우상이 된 쿠바인, 핏불

지난 저서 돌아보기


저는 줄곧 한국에서 살아온 ‘토종’ 한국인입니다.

영어도 한국의 공교육, 그리고 저의 개인적인 관심과 노력을 추가해 배웠었지요.

현재 국제기구 관련 업무를 하면서 영어를 많이 쓰고 다양한 국가와 교류하고 있지만, 적어도 제가 정규 학교 수업을 받는 동안 한국 밖의 세상을 접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했을 때 갔던 인도 자원봉사가 저의 첫 해외 경험이었고요.


하지만 과거에도 저는 한 마을, 지역, 국가에 속한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동양인이지만, 서양의 문화를 충분히 수용하고 공감하면서 동양의 것과 접합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고 싶었습니다.

대학 시절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짧게나마 파리에서도 생활해 보고, 문화다양성을 다루는 국제기구인 유네스코를 위해 일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더욱 커졌어요.


요즘 ‘세계시민’이라는 말을 쉽게 접하지만, 정작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 어떠한 역량이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영어를 잘하면 세계시민일까요?

아니면 해외에 거주하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오면 세계시민인 걸까요?

제가 볼 때, 결국 진정한 세계시민성의 토대는 낯선 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생겼는지에 관계없이 개개인의 문화적 다양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세계시민인 것이지요.


더 나아가 저는 국가 밖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의 문화다양성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 졌습니다.

문화다양성은 이제 더 이상 국가 밖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역과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한 국가 안에서의 문화적 다양성이 급속도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한국사회는 여전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려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검은 눈과 검은 머리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파란 눈과 금발을 가진 사람도, 어두운 피부의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도 한국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사랑하고, 보편적인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국인인 것이지요.


2019년에 제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 석사 학위를 받게 된 것도, 문화다양성에 대해 천착하고픈 저의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미주권과 유럽권에서 각각 태동한 다문화주의와 상호문화주의에 대해 배우면서, 저는 문화다양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어요.

특히 문화 간 교류와 소통에 있어 다양하고 유연한 정체성의 창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평생에 걸쳐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변화시켜 나갑니다.

특히 서로 다른 문화를 마주했을 때,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재정향이 좌우될 수 있지요.

이러한 정체성 문제에 대해 제가 대학원 시절 소논문으로 제 의견을 정리해 두었었는데, 결국 이 글은 2019년에 저의 두 번째 책인 『미국의 우상이 된 쿠바인, 핏불: 초국적 시대, 나로 살아가기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쿠바계 미국인 가수 핏불(Pitbull)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마케팅에 활용해 사회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미스터 월드와이드’(Mr. Worldwide)라고 칭할 만큼, 핏불은 자신이 미국인이자 쿠바인, 더 나아가 세계인을 거듭나기를 원하지요.

자신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영어권 및 스페인어권 문화 외에도, 인도, 아랍 및 아프리카 지역 등 다양한 문화를 자신의 음악 안에 녹이고자 하는 그의 도전은 가난한 쿠바계 이민 2세에게 엄청난 사회적 성공을 안겨주었습니다.

문화다양성을 토대로 다름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핏불을 미래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세계시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체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의하는 것.

초국적 시대에 필요한 질문 ‘나는 누구인가?’


쿠바 이민 2세인 뮤지션 핏불(Pitbull) 세상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세상을 자신의 팬으로 만든다. 핏불은 쿠바인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활동 기반으로 삼았다. 미국 팬들은 모로코, 브라질, 인도  다양한 배경을 지닌 뮤지션과 협업하고, 미국 힙합에 라틴의 정서를 가미하는 그의 음악에 열광한다. 핏불은 새로운 시대의 우상이다. 이제 출신 학교나 국적과 같은 물리적 경계가 활동을 제약하는 시대가 지났다.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대한 고민과 해답이다. 핏불은 초국적 시대에 나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를 보여 준다.


키노트


1. 정체성 업그레이드의 시대

한국은 초국적 사회다

자아를 찾는 추리 탐정


2. 쿠바인, 미국인, 핏불

쿠바 이민 2세라는 자부심

정체성의 시너지 효과


3. 언어는 문화를 잇는다

다양한 언어, 다양한 세계

코즈모폴리턴을 꿈꾸는 미스터 월드와이드


4. 다양성이라는 요구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새로운 정체성의 시대가 온다


먼저 읽어 보세요


핏불은 스페인어 앨범 <달레(Dale>로 그래미상을 받은 뮤지션이자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새긴 셀러브리티다. 2004년 앨범 <M.I.A.M.I>로 데뷔한 이후 거의 매해 새 앨범을 발매해 왔다. 2017년 발매한 10번째 정규 앨범 <클라이밋 체인지(Climate Change>를 포함해 지금까지 약 600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올렸고, 디지털 싱글 판매 기록은 7,000만 장에 달한다. 핏불은 엄청난 팔로어를 거느린 슈퍼스타인 동시에, 사업을 경영하는 비즈니스맨이다. 대중문화 잡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은 그를 두고 '지구를 통째로 잡아먹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에디터의 밑줄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주변 환경과 상황을 적절히 수용해 정체성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정체성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처럼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직접 정의하고 필요에 따라 업그레이드하는 가변적인 개념이 될 것이다.
핏불은 치열한 도전 정신과 특색 있는 음악 스타일로 높은 평가를 받지만, 그의 성공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확고한 인식, 같은 문화 공동체 구성원과의 유대와 협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핏불이 쿠바인과 미국인이라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모두 수용하고, 음악을 통해 정체성의 시너지 효과를 긍정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국가와 지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는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소통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문화를 접하고 교류할 기회가 늘어난 현재는 자신을 세상에 맞추기보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강조해야 한다.
한류 열풍으로 전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는 다양성이라는 시대정신을 요구받고 있다. 자신의 뿌리를 인식하고 다양한 문화와 융합해 성장시켜 나가는 새로운 정체성의 시대가 오고 있다.


코멘트


해시태그 하나로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 매 순간 타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짜 나를 찾는 것이 어려워지는 시대, 핏불의 매력은 그의 성공이나 스타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나에 대한 그의 확신에서 온다.
- 북저널리즘 에디터 곽민해
핏불이라는 아티스트를 통해 시대의 변화, 세계의 진화를 이야기한다. 팝 스타가 팬과 소통하는 전략에서 다양성이라는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있다.
- 북저널리즘 CCO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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