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내가 좋아하는 일 찾는 게 계획이라고
퇴사 의사를 밝히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회사에는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직서를 멋지게 던지고 나가던데 사직서 없이 말로 퇴사 하겠다고 해서 그런 건가? 지금이라도 사직서를 써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 난 계획을 잘 짜는 사람이니 퇴사 계획을 세워보자.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하지? 책상정리? 파일정리?
나도 멋지게 퇴사하고 싶었는데, 멋지게 퇴사는 못 하겠다.
아직 퇴사를 하는 건 아무도 모른다. 나, 와이프 그리고 직속상사만 알고 있다. 그럼 직속상사에게 가서 생각해 보니 그냥 일 계속해야겠다고 이야기할까라고 고민을 하다. 이러면 또다시 연례행사로 끝나고, 와이프는 이 신뢰 제로인 놈이라 생각할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바로 경영관리부서에 이야기를 했다. 지난주에 퇴사의사를 밝혔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물어봤다. 기다려 보란다. 퇴사하는 게 뭐 이리 어려운 거야!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났다.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A4용지에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합니다”라고 적어서 인사과에 제출을 해야 하나? 안 되겠다 싶어서 인사팀장에게 퇴사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하였다. “언제까지 일하는데?”라고 물어본다. 난 “모르겠네 한 달? 두 달? 인수인계하고?”. 사직서를 정식으로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관계부서에서는 다 알게 되었으니 조치를 해주겠지. 그럼 난 한 달만 더 근무를 하고 인수인계하고 책상정리하고 노트북 반납하면 끝인가? 무엇인가가 빠진 거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건 왜일까? 생각해 보니 회사에 남은 미련 때문인 거 같았다.
자 이제 퇴사하고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자
난 예전부터 passive income을 만들어서 조기 은퇴를 하고 싶었다. 그건 나의 계획이 항상 물질적인 것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passive income이 있어야 내가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생각보다 싶지 않았다. 은퇴 후에 하고 싶은 게 많을수록 passive income으로 벌어야 수 입는 더 늘어나고, 수입이 늘어나야 할수록 은퇴시점은 연기되고 또 연기되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평생 은퇴를 못 하겠다. 이제는 반대로 금액을 정하고 그 금액에 맞춰 살아야겠다. passive income으로 얼마가 있어야 멋지게 살 수 있는 건지 고민을 하면 할수록 금액은 커진다. 은퇴 후에 월 천만 원 정도의 순수입이 있어야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Passive income을 만들려면 크게는 부동산으로 월세를 받던가 주식에 투자 배당을 받는 방법으로 고민을 했다. 응답하라 1988에 보면 성동일이 대사 중에 “예금 금리가 조금 떨어져 가 코 뭐 한 15% 안 하지만은 따박따박 이자가 나오고 예금만큼 안전한 것도 없지 “라고 하는데 그거 지금 예금 금리가 약 4.5%(저축은행 기준)하는데 예금 금리로 월 오백이라도 받으려면 일 년에 6천만 원 정도를 예금 이자로 받으려면 약 14억 정도를 예금에 넣어둬야 한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현금 14억이 어디 있어서 예금에 넣어둘 수 있겠나. 나도 속된 말로 영끌을 해서 레버지리를 최대한 동원해서 부동산에 투자, 고금리 시대에 이자에 허덕이 고 있는데 무슨 passive income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몇 년 전 예금금리가 1%대에 비하면 많이 오른 것인데. 투자의 고수인 워런버핏도 1965~2022년까지 58년 동안 버크셔의 연평균 수익률은 19.8%이란다.
그럼 이제 주식이 답인 건가? 나도 주식 고수들처럼 1억으로 10억을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고 싶었다. 난 주식을 시작해서 누적으로 이익을 났다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하고 있었다.
그래 난 주식에 소질이 있어 주식으로 먹고살아보자. 하지만 그건 너무 리스크가 컸다. 최고 일 년 수익이 20%를 넘었다고 안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작년에는 마이너스 15% 결과를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주식 투자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난 무엇을 해서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나?
남들은 소셜미디어, 유튜브, 워드프레스, 스마트스토어등 돈을 쉽게 버는 것처럼 보였다. 월 1억이 버는 사람도 있었다.
난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왜 저 사람들은 한 달에 몇천만 원 버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난리일까? 유튜브에
보면 알려줘도 안 따라 해요 “라고 하면서 어차피 안 할 거니 알려주는 거라고 한다. 어느 사람은 워드프레스등으로 억 단위를 벌면서 월 3천만 원짜리 월세에 사는 걸 보여준다.
최근에 이정후가 6년 약 1,500억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단다. 에이전트비용 세금제외 하고도 얼마인 거야? 여기서 중요한 건 이정후가 야구선수 중에서는 최고 금액을 받고, 손흥민이 축구선수 중에 최고 금액을 받는다면, 인스타인 든 스마트스토어이든 워드프레스이든 그 분야에서 최고들은 일반적인 사람들 보다 수입이 높다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까? 그걸 찾을 수 있다면야 고민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럼 나의 계획은 다른 사람들이 안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구나. 그렇다고 공부를 해서 대학원 박사과장을 끝내고 전문성을 키운다고 수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전문 자격증이 수입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때로는 힘든 일 하시는 분들이 전문직을 하시는 분들보다 많이 벌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잘하는 걸 생각해 봤다. 엑셀, 파워포인트, 계획 짜기, 관리하기, 그냥 직장인으로 적합하다 생각이 든다. 이러면 안 되는데…그래서 생각했다. 어차피 내가 잘하고 최고가 될 수 있는 일을 못 찾을 바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라고, 즐기자는 게 아니다. 난 그동안 즐기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즐기면서 어떻게 잘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타고난 재능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노력을
무시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정후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아빠의 유전자 때문에 재능은 어느 정도 타고났다고 해도 아빠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해서 현재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내용이었다. 이정후가 난 아빠 이종범 아들이고 재능이 있다고 자만했다면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난 너무 평범하고 남들이 다 할 줄 아는 재능에 노력도 남들만큼 했던 거 같다. 내가 한 가지에 집중해서 밤을 새우거나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동안은 운이 좋아서 지금 위치, 수입 그리고 자산을 모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나의 인생을 운에 맞길수 없었다. 돈을 크게 번 사람들은 돈을 좇지 않았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부가 쌓여 있더라고. 그건 자기 좋아하는 일을 남들보다 더 고민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밤새 고민하고 노력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다음 계획이다.
사십 중반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다니.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현실과 타협해서 돈 많이 주고 그나마 편한 일을 찾기는 싫다.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