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부터 해야겠다.
퇴사 의사를 밝히고 3주가 지났다. 아직 회사에서 조치는 없다. 인사과에 1월 말까지 일할 수 있다라고 통보했다. 아직도
월급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1월까지 일할 수 있어라고 말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그냥 앉아 있는 건
아니지만 책상에 앉아 있어도 하루에 90만 원 상당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아직도 머리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받으면 어때 육체적으로 편한데. 앞으로 내가 어디 가서 하루에 90만 원을 벌 수 있을까? 유튜브에 보니 타일일 하시는 분들 하루 60만 원 정도는 기본으로 벌고 70~80만 원도 번다고 하는 걸 봤다. 당연히 경력자 이야기겠지만, 생각했다 저분들은 일에 대해서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나보다 덜 할까? 육체적으로는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안정된 그런 일을 하면서 하루에 90만 원 버는 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난 물질적인 욕심을 버리기로 하고, 정신이 자꾸 이상해지는 거 같아 퇴사하기로 한 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왜 아직도 내가 얼마를 벌어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을까?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당장 수입이 끊기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대출이자였다. 이자가 6%까지 올라 월에 약 7백을 내야 한다. 영끌을 한 나로서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오늘 뉴스에 물가상승 둔화 금리인하 앞당겨질 듯이란 기사를 보고 언제쯤 내 대출이자는 조정이 되려나, 기준금리가 3.5%대인데도 대출금리가
6%이니 3%로 내려가도 이자율이 5%까지 내려가긴 힘들 거 같다. 뭐 1%라도 내려가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긴다면이야. 경기가 어려워지고 뉴스에서는 이자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이제는 남 이야기가 아닌 거 같다. 월급이 나올 때야 이자낼 거 빼고 나머지로 생활을 했으니 부담이 없었는데, 월급이 끊기는 달부터는 이자가 걱정이 된다.
그다음은 월에 주기적으로 들어가는 돈이다. 보험료, 적립식 펀드, 공과금 및 각종세금은 어떻게 감당을 해야 하나. 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료를 제외하더라도 인당 기본 하나씩 가입한 보험에 실비보험, 암보험 등 보험료만 얼마를 내야 하는지부터 파악이 필요했다. 그동안 얼마가 나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가로 노후 자금이라고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 놓고 그동안 들여다보지도 않은 펀드부터 정리를 해야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아니기에 위로가 된다. 역시 투자는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거란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핸드폰비용, 인터넷, 관리비… 뭐가 얼마씩 나가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ㄱ
리고 세금 세금 고지서는 그동안 무시하고 있었는데 얼마를
냈고 어떤 세금을 냈는지부터 파악을 해야겠다. 대충 계산해 보니 한 달에 5백 정도는 나가는 거 같다.
생활비는 얼마를 쓴 거지? 와이프한테 기본으로 한 달에 4백 생활비를 주고 부족할 때마다 백만 원씩 더 주다 보면 월에 5백에서 6백을 쓰는 거 같다. 왜 이렇게 많이 쓴 거지? 어디 쓴 거지? 그동안 쓴 거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없다. 필요한데 썼겠지, 아이들 필요한 거 사줬겠지, 아이들 예체능 학원비등 궁금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와이프가 어디 가서 사치를 한 것도 아닌데 생활비가 많이 든다고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서 인플레이션 이야기에 물가가 올랐구나 생각을 했다.
그 외 비주기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있었다. 해외여행, 국내여행, 아이들과 캠핑, 호캉스등 여가생활을 하더보니 일 년에 삼천만 원 정도는 썼던가 같다. 그럼 마이너스이다.
그나마 투자를 해서 나오는 수입으로 마이너스는 모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동안 생활비를 대충 정리해 보니 내가 너무 계획 없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입이야 정해져 있고 지출에 대한 자세한 항목이 없었다. 이러니 포르셰를 못 타지란 생각이 들었다.
부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부자란 무엇인가?
부자란 정의를 보면 각각 다르겠지만 어디서는 개인금융자산이 10억 이상이라던가 또는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던가 또는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유지가 가능한 사람등 모두 부에 대한 결과치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한때 재테크 서적들을 섭렵했을 때 부자가 되는 제1법칙이 수입보다 지출을
줄이는 것이란 겨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래서 보통 절약을
통해 소비를 줄이고 여유자금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를 해서 부를 늘려가야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수입을 늘리지 않으면 부를 늘릴 수 없다. 그렇다면 수입을 어떻게 늘릴 수 있다는 말인가? 부자란 정의 중에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지급할 만한 매력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했다. 그래 나도 부자가 되어야겠으나 그건 나중 이야기다. 당장 나에는 와닿지 않는다. 준비 없이 퇴사한 나는 우선 수입보다 지출을 줄여야 한다.
우선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다이어트하는 방법 중에 내가 성공했던 방금은 그냥 안 먹는 거였다. 안 먹으면 몸무게는 준다. 한 달에 10킬로도 빼본 적이 있다. 문제는 운동을 병행하면서 체질을 바꾸냐인데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만들어야 한단다. 안 먹어서 힘도 없는데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워야 한다니… 난 당장 안 쓰는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우선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줄여야 했다. 우선 적립식 펀드는 해지를 하고, 필요 없는 보험료부터 줄여야 했다. 이중으로 가입된 보험부터 파악을 해야 했다. 생활비는 어디서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선 먹는 거부터 줄여야겠다. 아이들이 먹는 거에 욕심이 없어 과자를 먹다 남기고 버리고, 초코파이 한입 먹고 나중에 먹을 거야 하고 버리고, 우선 아이들이 먹는 거에 대항 소중함을 알려줘야겠다. 그리고 여행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동안 여행은 소비가 아닌 경험을 사는 거란 개똥철학을 내세워 해외여행이며 국내여행하면서 호캉스도 하고 즐겼던 부분에
대한 다이어트가 필요했다. 이렇게 다이어트를 해서 월 오백으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자비용 및 세금은 투자수입으로 대체를 하고 생활비는 삼백만 원으로 줄이고 각종 보험료 및 공과금을 나머지 이백만 원 내로 계획을 세워야겠다. 여행은 당분간 줄여야겠다.
문제는 오백만 원은 어디서 수입을 얻으냐 인데…
지출을 둘여도 수입이 없으니 마이너스이다. 그럼 당장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 수는 있는 건가? 난 퇴사하면 나에게 여행이란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혼자 두 달 정도 배낭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그동안 수고 했다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위로는커녕 쉴 수도 없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갑자기 머릿속에 난 아직 멀었구나란 생각이 든다. 아직도 모든 계획을 돈에 연결해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돈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겠지만 당장 일을 그만두면 살 수가 없겠다란 생각에 무서워지는 건 왜일까? 돈이 이렇게 무서운 건가? 그동안 돈이 무서운지 잠시 잊고 살았다.
난 학창 시절 IMF를 겪었고 당시 사업을 하시던 부모님은 사업을 정리하니 시중에 몇백만 원이 남으셨다 했다. 부모님과 내가 다른 부분은, 부모님은 경제상황이 악화되어 타의적인
결과였더라면 난 자의적인 결정으로 이런 생활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부모님은 몇백만 원 가지고 집을 이사하고 사장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 다시 재기에 성공하셨고 아르바이트생 할바에 구멍가게 사장을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런데 오늘 뉴스에 명품회사 에르메스 창업자의 후손이 자신의 정원사에게 130억 달러(16조9400억원)의 재산 중 절반 이상을 물려주기 위해 입양 절차를 시작했다란 내용을 보고, 종노릇을 하더라도 부잣집 주인 눈에 띄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구멍가게 사장보다 나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도 난 구멍가게 사장을 선택하겠다. 그래서 퇴사를 했다.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시작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 무엇인가를 찾을 때까지는 우선 다이어트부터 하자
이 다이어트는 하고 안 하고 차이가 아니다.
안 하면 죽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