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을 포기하고 퇴사하는 이유
난 오늘 퇴직 의사를 밝혔다.
지난 몇 년간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나 이제 일 그만하려고…”라고 말하는 건 연례행사였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했던 이야기라 그런지 반응들이 없다.
특히 와이프는 아무런 대꾸가 없이 내일 애들 스케줄 이야기를 한다. “나 진짜로 오늘 퇴사한다고 이야기했어 “라고 하니 “언제 퇴사하는데? “ 시점을 물어보는 것으로 보니 타격감이 있었나 보다. “내년? 내후년? 그래 계획 잘 세워봐”
아 타격감 제로구나.. 나 진짜 퇴사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믿으려나?
내가 그동안 신뢰감이 제로였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시도 때도 없이 관둔다고 말을 했으니 내 잘 못이다.
“이야기는 했는데 퇴사 날짜는 조율해야지.. “
“진짜야?” 되묻는다. 타격감을 조금 주긴 했나 보다.
사실이라 알려주니 장난치지 말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니까 진지하게 답을 하라고 한다. “응, 진짜로 이야기했어”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면서 앞으로 계획을 들어보자고 한다. 난 계획이 없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솔직히 계획이 없다고 할까?
난 솔직히 쉬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20년간을 쉼 없이 일을 했고 이 정도면 나도 쉴 수 있는 거 아냐?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이들 두 명이 어려서 손도 많이 가고 금전적으로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운이 좋은 건지 내 실력인 건지 사십 중반에 상위 1%(내피셜) 수입을 벌고 있기에 와이프는 가정주부 역할을 할 수 있었고 난 수입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다.
계획이 무엇인지 말해야 해서 우선 궁여지책으로 “나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고…” 그게 무엇이냐고 추궁을 하기 시작한다. 예전 같으면 추상적으로 돈 많이 버는 거라고 했겠지만
사십 중반에 들어서야 그게 인생에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오십 전 후로 퇴직을 하고 칠십에서 팔십 사이까지 소일거리라도 찾아야 한다고 들었다.
그럼 지금까지 20년을 일했는데 앞으로 최소 20년에서 25년 이상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 이런 20년이나 일했는데 20년을 더 해야 한다고? 앞이 막막해진다. 난 무슨 용기로 퇴사를 한다고 한 걸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문제는 마약 같은 월급이었다. 난 남들보다 열심히 산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월급이며 인센티브로 2억 넘게 받으니 현실에 안주하면서 하루하루 흘려 가는 게 문제였다.
사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매월 들어오는 월급에 취해서 생활하다 보니 내가 뭐가 된 건 마냥 꿈을 크게 꾸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대우그룹이 잘 나갔었다. 대우그룹 회장님이 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을 아버지가 사다주시면서 꿈을 끄게 가지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난 큰 꿈을 꾸는 몽상가가 되어 있었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시계등 매년 작성했던 나의 버킷 리스트는 항상 물질적인 것 등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부분의 리스트는 달성을 할 수 있었다. 후에 생각해 보니 그게 발단이었던 거 같다.
내가 20대 중반에 자기 계발, 재테크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펀드붐을 등에 업고 돈을 모아야 한다란 목표를 세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잣돈을 모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했고 대부분 책들에서는 1억을 우선 모으라고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도 버킷 리스트에 1억 모으기를 가장 먼저 리스트에 적고 1억을 모을 때까지 열심히 살았다.
아직 결혼을 하기 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빠른 기간에 1억을 모을 수 있었다. 월급만 모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자기 계발, 재테크 책들을 섭렵하고 목표지향적이면서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항 세부계획까지도 세우 두었기에 펀드에 투자해서 단기간에 1억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야 손절이라는 용어와 왜 손절을 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고 있다면 그 당시에는 내가 기억을 못 해서 인지 아니면 그 당시 재테크 책에는 손절이라는 내용이 없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당시에는 거치식 또는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하면 큰 수익을 가져다 줄거라 정도만 이해를 했던 거 같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 종잣돈 1억이 모였고 이렇게 계속 오르면 난 조기 은퇴를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2억 되면 1억 종잣돈은 남겨두고 나머지 1억으로 드림카인 포르셰를 사서 타고 다니는 생각을 하면서 즐거웠다.
그래서 난 퇴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 건데? 몽상가가 되고 싶은 건가? 난 금전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려면 난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줄 알았다. 돈을 버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연봉이 2억이 되었다.
펀드투자해서 1억 도 버는데 3년이 걸렸는데 2억을 일 년에 벌다니 난 성공한 인생 같아 보였다. 그럼 난 금전적으로 자유로워졌는가? 이상하네 왜 남들보다 돈을 더 버는 거 같은데 왜 나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지?
1억을 찍었던 펀드 잔고는 2008년 금융위기에 60% 정도 떨어져서 4천만 원이 되었다. 그것도 최저점에 십만 원 잔고를 남기로 펀드 환매를 하고 잘 팔았다 자기 위로를 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거 같았지만 세상에 공짜돈은 없구나라는 교육을 받았으니 교육비 지불 했다 생각하기로 하고 다 잊었다. 나의 투자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하겠다.
대신 일에 더 집중하였고 월급이 오르고 올라서 내가 목표로 하던 월급을 찍었다. 월 오백, 월 천, 월 천오백 그런데 왜 펀드가 떠오르는 걸까?
모래 위에 쌓은 모래성 마냥 뭔가 무너지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엄습해 왔다. 월급은 목표치를 찍었는데 왜 난 포르셰를 타지 못 타는 걸까? 문제는 나의 소비습관도 월급 인상만큼이나 올라가고 있었다. 한 명이 벌고 네 명이 소비를 하는데 소비 습관도 커지고 있었다.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은 소비가 아닌 경험을 사는 거라 위로하고 기념일에 생일을 남들만큼 챙기는 정도인데 돈이 모이질 않는다. 소비습관을 바꾸지 않은 이상은 포르셰는커녕 지금 타고 다니는 family SUV를 새 차로 매 5년마다 바꿀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커가고 소비는 늘고 저축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 생겼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무지 했던 거 같다. 돈에 목표를 두고 물질적인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계획이 지금까지는 실행이 되었는데 문제는 나의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는 것이었다.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옆에 있어 힘이 되어주고 있었는데, 나의 정신은 썩어가는 느낌이었다. 머리에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폭발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사랑하는 가족에게까지 폭발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자신보다 더 아껴주시는 어머니에게, 견관적으로 쓴소리 조언을 해주는 형제,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해줘야 하는 와이프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내줄 수 있는 아이들에게 까지… 난 제정신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게 직업 때문은 아니겠지만 지금 나의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았다. 내가 정상은 아니라고 느끼고 정신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나의 현재를 과거에 있었던 사건사고와 연결하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번 상담을 받아보고 나 혼자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차피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하고 내가 과거와 현재 고리를 찾아 연결해야 해야 한다 느꼈다.
그래서 난 퇴사를 결심했다.
“나 정상인이 되고 싶어서 퇴사했어 “
퇴사를 해야 정산인이 되는 거야?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어떻게 생각해?
타격감이 있긴 있다보다 와이프 표정이 어둡다 하지만 난 와이프에게는 답을 하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