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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 Jan 09. 2024

물이 스며들듯이

우리 가족은 4명이다

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90년 아니 2000년대 초반까지인가? 그때는 연말에 TV앞에서 연말행사 각종 연예대상, 연기대상, 올해의 가수등 시상식을 보면서 연말 분위기를 느꼈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2010년부터라 할까 시상식은 거녕 연말 분위기도 못 느끼겠고 달력에서 연도에 숫자 하나 더 늘어가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고 감흥이 없어졌다. 아직 아이들 때문에 연말에 케이크이라도 사다 놓고 TV에서 보신각 종을 치면 Happy New Year를 외치면서 새해에 이루고 싶은 소원을 생각해 본다.


작년까지만 해도 첫째 우리 가족모두 건강하기 둘째 자산 늘리기 셋째 포르셰 사기등 물질적인 소원을 생각했다. 하지만 퇴사를 한 시점에 24년도에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나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원을 필요했다. 첫째 우리 가족모두 건강하기, 둘째? 생각이 멈췄다. 새해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과 떡국을 먹고 혼자 집 앞 공원을 걸었다. 뭔가 새해에는 게을러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두 번째 소원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 걷기부터 시작했으니 매일 걷거나 뛰거나 근력운동을 하거나 매일 30분 운동하기다. 우선 1월 1일부터 오늘까지 9일은 성공했으니 작심삼일은 이겨냈다. 아직 세 번째 소원은 정하지 못했다.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아이들과 하루에 한 시간 이상 핸드폰 안 보고 놀아주기,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들에게 짜증내거나 화내지 말기등 물질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인 발전이 필요한 부분을 생각해 봤다. 세 번째 소원이 무엇으로 정하기보다 생각한 부분에 개선이 필요하다.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했다. 우리도 밥 먹을 때 핸드폰 없는 식탁을 만들어볼까? 대답은 냉랭했다. 난 하루 종일 애들하고 시달리고 이제야 밥 먹을 때 핸드폰 보는 거야. 그럼 난 언제 핸드폰 보라는 거야? 전혀 예상하지 못 한 답이다. 그럼 우리 하루에 한 시간씩 같이 이야기하고 노는 시간을 갖을까? 본인은 하루종일 애들한테 시달리고 있으니 집에 오면 내가 놀아주고 자기에게 자유시간을 달라고 한다. 난 그동안 돈을 번다는 이유로 집안일에 소올했던가 같다. 한 달이면 2주는 출장에 집을 비우고 출장 가서는 시차 때문에 길게는 못 하고 짧게 화상채팅을 하고 인사를 하고 뭔가 마음에서 울어 나오는 것이 아닌 의미적으로 인사를 해야 하는 것처럼 했던가 같다. 그나마 조금 길게 통화하는 날은 아이들이 필요한 선물을 말하고 싶을 때 통화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벗어났다. 안녕? 밥 먹었어? 뭐 먹었어? 뭐 했어? 학교에서 재밌었어? 숙제했어?

뭔가 숙제를 하듯이 물어보고 단답식의 답변이 오고 가면 길어야 3분이면 통화가 끝이 난다. 이랬던 상황에서 내가 갑자기 식탁에서는 핸드폰 하지 말고, 하루에 한 시간은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하니 이 또한 숙제가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아빠의 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그냥 하루에 한 시간 놀아준다고 아빠의 자리가 생기지는 않겠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봤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해주기, 등교시키기, 빨래, 청소, 하교할 때 집에서 아이들 반겨주기, 간식해 주기, 숙제 도와 주기등 내가 아들과 와이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끝이 없어 보였다. 내일부터 당장은 시작하기 힘들일이다. 우선 2월이 되면 집에서 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기로 했으니 쉬는 동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면서 가족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지금도 내가 해야 할 일을 업무 하듯이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체크리스크를 만들어해야 할거 같다는 생각이지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체크리스트로 체크할 수 없는 일이란 걸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가 가족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물이 스며들듯이 한 가지 한 가지 하다 되면 내가 하는 일들이 스며들어 가족들이 나를 찾기 시작하면 나도 우리 가족 구성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퇴근해서 아이들 숙제부터 봐줘야겠다 싶어 아이들 옆에 앉아 공부를 봐주는데 첫날부터 싸웠다. 이래서 학원을 보내는구나. 아이들 잠자리 들 수 있게 도와주다 싸웠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인스타에서 이런 글을 봤다. 남편이나 부인이 살면서 힘들 때 서로의 사진을 꺼내보면서 생각한단다. 내가 이 사람 하고도 사는데 이 세상에 못 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맞다 지금은 아이들 숙제 봐주고 잠자리 들게 하는 게 근무하는 것보다 힘들게 느껴졌다. 이제부터는 화 안 내고 차근차근 하나씩 해봐야겠다. 가족 구성원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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