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상추꽃 Jul 08. 2019

오래 건강하게 연애하려면

나, 너, 사랑과 이별

흔히 '젊었을 때 최대한 연애를 많이 해봐야 한다'고들 한다. 그래야 이성을 보는 눈이 생긴다고. 하지만 나는 연애의 목적이 '이성을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게 얼마나 감정 소모적인 일인지. 남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걸 여러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별의 빈도를 줄이고 조금 더 오래, 건강하게 사랑하기 위해 내가 생각했을 때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1. 우선 내가 행복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이것을 양보해 달라해서, 이것을 바꿔달라고 해서, 이것만은 참아달라고 해서 그 사람한테만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불행해진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상태에서 연애가 오래가기는 힘들다. 그러니 나 자신을 우선 이해하고 챙기는 것이 급선무이다. 저 정도면 괜찮은지, 그걸 내가 정말 해줄 수 있을지, 그것을 포기해줄 수 있을지, 저것을 참을 수 있는지. 내 감정을, 내 상태를 잘 이해해야 상대방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우선으로 두 눈치를 보는 연애는 언젠간 내가 불행해서 끝난다(특히 남자들, 무조건 참고 여자친구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은 장기 연애에 독이다. 대화해라, 말 안 하면 모르니까). 연애의 끝엔 '이성을 보는 눈'이 아닌 '나를 보는 눈'이 한층 성숙해져 있음을 느낀다.


2. 그 사람이 하는 얘기를 잘 들어라. 그것을 기반으로 진지하게 대화해라.

내가 행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 그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들다고 할 때 대충이 아니라 진지하게 잘 들어줘라. 아마 같은 것 때문에 계속 싸운다면 내가 대충 들었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확률이 높다. 저번에도 말했는데 왜 또 그러냐고 항의를 했을 때 상대로부터 돌아왔던 반응은 ‘그게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 줄 알았지’다.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건 그냥 제대로 안 듣고 있어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기로 선택한 이상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당신의 의무이다. 그래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고, 내 이야기도 할 수 있고, 합의점을 찾고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다.


3. 간섭 범위에 대해 조심하자. 상대방의 취미와 가치관에 대한 인정

게임하지 마라 왜 시간을 그런 것에 쓰냐, 요즘 누가 그런 직업을 가지냐 딴 것을 해라. 이런 멘트들, 부모님도 나한테 그러면 짜증 날 텐데 연인인 내가 왜 그런 것까지 간섭하고, 판단하고, 바꾸려고, 가르치려고 드는가? 나는 그 사람의 여자’친구’, 남자’친구’이다. 옆에 있어주면서 상의하고,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주면 그만이다.


물론 내가 연인으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하는 부분은 존재한다. 내 남자친구가 게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서 나랑 시간을 보내지 않거나, 연락이 잘 안 된다거나 하면 우리 연애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먼저 ‘이 사람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에 대한 인정 있어야 한다.

 

남자친구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면 준비하는 동안 데이트는 어떻게 할 것이며, 연락은 언제 할 것이며 등의 합의는 있어야 한다. 시험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가서 합의가 안되고, 앞서 말한 것처럼 그런 것을 기다릴 때 내가 불행한 사람이라면 아쉽지만 헤어져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의 직업관을 비판하고 다른 것을 시킬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뜻이다. 특히나 연애하는 기간은 대부분 20대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기이다. 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중요한 시기이니만큼 나의 생각과 신념을 강요하지 말자. 그는 나와 다른 사람이고 나의 소유물이 아니다.


4. 당연한 것은 없다.

같은 예시로 나의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나의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 동안 기다려줄 수 없다고 하면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연인이라면 나를 기다려야 한다는 식의 태도, 당연히 나를 사랑한다면 이거는 네가 포기해야지 하는 식의 태도는 금물이다. 연인은 당신을 낳은 엄마, 아빠가 아니고 당연히 그 어떤 경우에도 당신 옆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어떤 인간관계에서나 마찬가지로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기대했다는 것은 지극히 당신의 관점이다. 그리고 만약 배려를 받았다면, 상대방에게 많이 감사하자.


5. 다른 이성과의 허용가능 활동범위를 확실하게 합의해라.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제 나를 만나고 있으니 다른 이성과의 관계는 다 끊어버려’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세상의 절반은 이성이고, 그 사람의 인간관계도 있는 것이니 그 선에 대한 합의를 해보자.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좋다. 개인 카톡은 안된다. 일대일 저녁은 술을 마실 수도 있기 때문에 싫은데 일대일 점심은 괜찮다. 3명 이하의 여행은 싫지만 엠티나 대부분 동성인 여행은 괜찮다 등. 이때 중요한 것은 나보다 상대방의 의견이다(이런 것을 합의할 때 내가 원하는 대로만 밀어붙인다면 상대방은 매우 불안하고 괴로운 연애를 하게 된다).


6.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기억하자.

이별이라는 끝을 정해놓고 연애하라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아끼고 조금만 좋아하라는 것도 아니다(많은 사람들이 오래 건강하게 연애하려면 조금만 좋아하라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마음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사랑해야 오래간다고 생각한다). 나는 4, 5년씩 만나며 원 없이 사랑을 주고받았다. 와, 그런 것까지 맞춰주냐, 그런 것까지 기다려주냐는 말을 들을 때도 불쾌하지 않았다. 상대방과 내 행복을 해치지 않는 합의점을 찾았었고, 상대방은 나라는 사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고, 나는 나로서 인정을 받으며,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한 것도 좋았다. 그런데 위의 1~5가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었던 것은 6번이었다.


죽음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인정하고 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죽음을 타부시하고, 멀리하고, 나에게 주어진 삶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이 다르듯, 이별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있어야 할 관념이다. ‘이 사람과 절대 헤어질 수 없다’며 힘을 주고 있는 것과  ‘이별 앞에 우리는 예외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면 상대방에게 조금 힘을 빼게 되고, 나의 행복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나는 헤어질까 봐 눈치를 보며 나의 행복하지 않은 상태를 방치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무리한 요구나 간섭, 강요는 최소화되었고 서로 더 고마워하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당연히 있었지만 그저 연애하는 현재에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다.


25살 때 남자친구와 결혼을 할 것이라고 굳게 다짐한 친구가 있었다. 헤어지기 싫어서 당연히 한 소리 해야 할 때는 과한 것까지 맞춰주어서 옆에서 지켜보면 너무 답답했다. 본인은 견디기 힘들어했는데 한 소리 했다가 결혼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냐며 참자는 주의였다. 그런데 정작 싸우는 경우는 도대체 왜 그 나이에 그런 것으로 싸우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경우들이었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잘 때 코를 곤다고 해서 치료를 받으라고 는데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었다. 너랑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언젠간 자기랑 결혼할 텐데 자기는 코 고는 남자는 싫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결혼한 것도 아닌데 마치 남편을 구속하듯 구속하고, 남자친구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도 너무 강압적인 의견이 많았다. 내가 그 친구와 연애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그 20대 남자애는 내가 봐도 숨이 막혔을 것 같았고, 결국 1년도 안되어 그 둘은 헤어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그 당시의 남자친구를 자신이 바라는 남편상으로 바꾸어 가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연인과의 엔딩은 결혼일 수도 있다. 그런데 결혼 인연은 따로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처럼, 이제 더 이상 손만 잡으면 평생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별 또한 있을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연애는 아무도 모르는 오픈 엔딩이다. 그건 정말 자연스러운 건데 가끔 사람들에게 이런 나의 생각을 얘기하면 그런 마음으로 연애를 하다니 참 못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20대에 만나는 연인에게 남편/부인의 모습을 강요하고,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나와 사귀고 있으니 당연히 결혼까지 해야 한다며 서슴없이 말하는 것이 더 못된 것 같다. 물론 건강한 연애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이가 차고 때가 됐을 때 관계가 결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에게 연애의 끝이, 그리고 연애의 목표가 무조건 결혼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방과 그러한 합의가 있는 '선'을 보고 만나면 되지 않나 싶다. 상대방의 결혼관은 당신과 다를 수 있고 이 문제를 놓고 나를 사랑하지 않냐고 질책하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이다.


쉽게 쉽게 헤어지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의 행복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가치관이 절대 헤어질 수 없다는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고, 구속하고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를 잘 돌아보라는 것이다. 노력했지만 안 될 때,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음이 극명하게 드러났을 때 놓아주어야 할 때를 인정하고 끝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도 건강한 연애의 요소이다.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상추꽃 재활용박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