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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추꽃 Jul 31. 2019

그 사람이 당신을 붙잡아주길 바란다면

왜 이별을 그렇게 쏟아내나요

친구가 잔뜩 화가 나서 전화가 왔다.

"아, 나쁜 놈. 내 그럴 줄 알았어."


내막을 들어보니 남자친구가 느 정도 신뢰를 깨트릴만한 행동을 하긴 했다. 그런데 내 친구가 진짜 화가 난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다.


"내가 글쎄, 헤어지자고 했는데 안 잡는 거 있지. 솔직히 난 진짜로 헤어질 마음은 없었어, 그냥 만 너무 목매는 거 같아서 홧김에 말해본 건데... 나를 사랑했으면 당연히 잡아야 하는 것 아니야?!"




<이별을 고해야 할 때>

별을 왜 밀당의 요소로 사용하려는알 것 같긴 하다. 말이 안 통하는 그 사람에게 '나를 당연한 존재로 여기지 마!'를 어필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 생각되어서겠지. '난 언제 떠날 수 있는 사람인 걸 기억해!'


하지만 이별을 쉽게 내뱉는 사람은 만나지 말라는 말도 있듯, 이는 '한 번 튕길 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가벼운 말이 아니다. 우리 관계의 끝을 어찌 그리 가볍게 '겁 주기' 협박용으로 사용한단 말인가. 건 그냥 못된 갑질일 뿐이다. 나를 조금 화나게 할 때마다 홧김에 계속 진심 아닌 이별을 고하면서(이럴면 헤어져!) 무슨 말을 해도 사랑한다면 붙잡아 줄 것이라는 기대는 크나큰 오산이다. 그 사람도 사람인데 말이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에게 내가 힘든 부분을 수십 번 설명했는데도, 나에 대한 배려가 없고 우리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힘들어서 못 참겠다 싶으면 이별을 고해야 하는 상황이 맞을 수도 있다. '아, 이제 정말 그만해야겠다' 싶은 그 순간이 분명 찾아온다.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연애는 할 필요없기 때문이다.




<미련은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남겨야 한다>

이별을 고할 때 참 미련하게도 나한테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남아있(똥멍청이 마음..) 꼭 지켜야  사항들이 있다. 그냥 모든 걸 쫑내버리는 이별통보와 공을 상대방에게 넘겨 여지를 남기는 이별통보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물론 이 경우 매우 신중하게 이별을 결심한 후 임해야 한다. 형식 불문, 이별험은 커플에겐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불 같이 화를 내며 '나는 지금까지 쌓인 게 이만큼이나 많다, 고로 너는 구제불능이다, 너는 연애할 자격도 없다' 등의 인신공격적, 100% 내 감정 중심적 멘트는 상대방 자존심에 스크레치를 입히는 말일뿐이다. 이런 식으로 이별을 고한다면 던 정도 뚝 떨어질 것이다. 아니, 오히려 당신과 헤어지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 모르겠. '네가 없어야 내가 행복할 것 같다, 너 때문에 내가 불행하니 제발 놔달라, 더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 등자괴감 유발 멘트 또한 상대방이 절대 당신을 못 잡게 하는 상처가 된다. 솔직히 어떤 사람이 저런 말을 듣고 상대방을 붙잡을 수 있을까. 보통 이별을 퍼붓고 돌아서면 격한 감정이 가라 후  남는 것은 '그 때 내 말이 너무 심했나'싶은 후회미안한 마음 뿐이다.


당신이 잡히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야 하는 감정은 아련함'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을 놓치고 있는 것이면 어떡하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내가 이 사람을 잡는 일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 이 사람을 잡는 것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구나,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구나, 를 많이 사랑해 줬었는데 내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사람은 당신을 잡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전개다.


우선, 나는 당신을 진짜 좋아한다.(도입부 애정표현)

당신의 이런 면을 이해하려고 내가 이러이러한 노력을 했다. (나 좋은 사람이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좋다.)

하지만 내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한 이 부분은 너무 힘들어서 여러 번 얘기하고 기다려줬는데(나 인내심 많은 애인인 거, 너도 알지?)

아무래도 이제 내가 너무 힘들어서 안 될 것 같다.

(상대에 대한 질책이라기 보단 나의 감정상태 표현)

아무리 내가 당신을 좋아다 하더라도(마무리 애정표현)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인 것 같고(너 탓하는 것 아니다. 어쩔 수 없지 뭐... 그지?)

여기서 더 뭘 어떻게 해보는 건 그냥 서로만 힘들어지는 길인 것 같다.(나 포기했고 지쳤어)

차라리 당신 옆에 내가 없어서 이런 감정 소모를 하지 않고 편히 사는 게 당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넌 나에게 이런 생각까지 들게 어.. 근데 내가 옆에 없어도 괜찮겠어?)

그러니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사실 본질은 단순하다. 조금 더 어른스럽게 감정 절제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다. 그리고 비난보다는 상대방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참고 견뎌왔던 슬픔과, 자괴감과 외로움을 알려주는 것이다(쌓아왔던 서운함 폭발!쏟아붓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이 너무 미워서 저주만 퍼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그 사람이 날 잡지 않아도 마지막에 말로 상처를 입히는 것보다는 이렇게 헤어지는 이 길게 봤을 때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그리고 저렇게 말해도 사실 할 말은 다 한 것이다.




이때부터 고민은 상대방의 몫이다. 자신 때문에 상대방이 관계를 놓아버린 사실이 그 어떤 비난을 듣는 것보다 명한 상황에서, 정말 놓쳐서는 안 되는 사람을 잃어버린 느낌에 자꾸 뒤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당신을 잡는 것은 그 사람에게 기분 상하는 일이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여야만 한다. 




* 바람 등, 정말 연인으로서 못할 짓을 했다면 인신공격적, 100% 내 감정 중심적 멘트들을 마구마구 쏟아줘야 한다. 절대! 붙잡히면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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