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불안의 이름이 될 때

돈은 목적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by 데브라

돈이 필요하다.

이 말은 사실이다.
사는 데 돈은 필요하다.


문제는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부터
돈이 없으면 나는 불안하다는 믿음으로 바뀔 때다.


불안은
항상 같은 옷을 입지 않는다.
어떤 날은 ‘미래’로 오고
어떤 날은 ‘관계’로 오고
어떤 날은 ‘돈’으로 온다.


그래서 돈이 불안해지면
우리는 돈을 세기 시작한다.
잔고를 확인하고
가격을 확인하고
다음 달을 계산한다.


계산이 나쁜 건 아니다.
계산은 현실이다.


하지만 계산이
마음의 평화를 대신하려는 순간
돈은 숫자가 아니라
안전의 상징이 된다.


안전을 잃을까 봐
마음은 더 빨라진다.


더 벌어야 하고
더 모아야 하고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그 문장들은
나를 움직이게도 하지만
나를 소진시키기도 한다.


법구경이 주는 방향은
돈을 멀리하라는 말이 아니다.
가난을 미화하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돈과 마음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라고 한다.


돈이 ‘수단’일 때
돈은 차분해진다.

돈이 ‘정체성’이 될 때
돈은 불안을 키운다.


나는 얼마를 벌었는가.
나는 얼마나 모았는가.
나는 어디까지 올라갔는가.


이 질문이 반복되면
돈은 삶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기준이 되면
마음은 늘 부족하다.


돈이 많아도
불안은 다른 이유를 찾고
돈이 적으면
불안은 더 크게 말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돈을 늘리는 기술만이 아니라
돈이 내 마음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알아차리는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돈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밀어내지 말고
그냥 확인한다.


지금, 돈 생각이 있다.
지금, 불안이 돈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 문장은
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하지만 돈의 문제가
나의 전부가 되는 걸 막는다.


현상이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보인다.


필요한 지출인지.
불안을 달래기 위한 소비인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결정인지.
아니면 내일로 넘겨도 되는지.


돈은 현실이고
현실은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마음까지
돈으로만 관리하려 하면
삶은 계속 긴장한다.



그래서 오늘은
돈의 계산을 멈추자는 말이 아니라
돈의 계산이 마음을 다 덮지 못하게 하자는 말이다.


돈이 불안의 이름이 될 때
나는 다시
가장 작은 사실로 돌아온다.


지금, 내가 있다.
지금, 숨이 있다.


그 사실이 먼저 서면
돈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도구는 도구로.
목표는 목표로.
그리고 나는
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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