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은 잊는 일이 아니라, 더는 스스로를 찌르지 않는 일이다
놓고 싶다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한다.
놓고 싶다.
잊고 싶다.
덜 흔들리고 싶다.
하지만 막상 놓으려 하면
더 꽉 잡게 되는 때가 있다.
놓으려는 마음조차
집착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려놓음은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기술에 가깝다.
방식에 가깝다.
법구경이 말하는 내려놓음은
세상과 등을 지는 일이 아니다.
감정을 지우는 일도 아니다.
내려놓음은
붙잡는 손을 알아차린 뒤에야
가능해진다.
붙잡음은 대개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이것을 잃으면 나는 무너질 것 같고
이 사람이 떠나면 나는 끝날 것 같고
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나는 실패한 것 같아서
마음은 더 세게 움켜쥔다.
그 세게 잡는 동안
마음은 계속 긴장한다.
긴장은 오래 갈수록
고통이 된다.
그래서 내려놓음은
대상을 놓는 일이 아니라
긴장을 놓는 일이다.
긴장을 놓는다는 건
통제하려는 마음을
조금 덜 믿는 일이다.
세상은 원래
확정되지 않는다.
사람도, 시간도, 결과도
완전히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내려놓음은
갑자기 도덕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내가 요즘 붙잡고 있던 것 하나를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붙잡음이
어떤 두려움에서 나왔는지
조용히 본다.
지금, 두려움이 있다.
지금, 붙잡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 문장은
나를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정확하게 만든다.
정확해지면
내려놓을 수 있다.
내려놓음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한 번 내려놓았다가
또 잡고,
또 내려놓았다가
또 잡는다.
그 반복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다.
내려놓음이 깊어질수록
삶은 달라진다.
사람을 덜 소유하려 하고
결과를 덜 강요하고
미래를 덜 확정하려 한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
내가 할 수 있는 태도.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움직인다.
내려놓음의 핵심은
상대나 세상을 위한 희생이 아니다.
나를 위한 자비다.
나는 더 이상
같은 생각으로 나를 찌르지 않겠다.
같은 장면으로 나를 벌주지 않겠다.
그 결심은 크지 않아도 된다.
단지
한 번 숨을 왕복시키는 정도면 된다.
지금, 내가 있다.
지금, 숨이 있다.
이 사실이 먼저 서면
나는 놓아도
무너지지 않는다.
놓는다는 건
비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