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날의 마음

두려움은 미래가 아니라 미래를 확정하려는 마음에서 커진다

by 데브라

불확실한 날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고
어디로 가는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도 흐릿하다.


그럴 때 마음은
갑자기 예민해진다.


작은 신호에도 흔들리고
작은 말에도 과민해지고
작은 변화에도 불안해진다.


불확실성은
현실의 성질이다.
세상은 원래
완전히 확정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견디는 마음이다.


마음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그래서 마음은
확실한 것처럼 만들려 한다.


결론을 빨리 내리고
미래를 먼저 정해버리고
최악의 장면을 확정해버린다.


그 확정이
불안을 키운다.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마음이 불안을 만든다.


법구경이 보여주는 방향은
미래를 지우라는 말이 아니다.
아무 계획도 세우지 말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미래 앞에서
마음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보라고 한다.


불확실한 날의 마음은
대개 두 가지로 움직인다.


하나는
통제하려는 마음.
다른 하나는
도망치려는 마음.


통제하려 하면
긴장이 커지고
도망치려 하면
현실이 더 무겁게 따라온다.


그래서 필요한 건
통제도 도망도 아닌
‘머무름’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이
어디로 달아나려 하는지
한 번만 본다.


그리고
그 달아남 앞에
짧은 문장을 하나 놓는다.


지금, 두려움이 있다.
지금, 불확실성이 있다.


이 문장은
불확실성을 없애지 않는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나의 전부가 되는 걸 막는다.


현상이 되면
숨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선택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불확실한 날에
가장 위험한 선택은
크고 빠른 선택이다.


불안이 고조된 상태에서의 선택은
대개 나를 보호하는 선택이 아니라
나를 급하게 빼내는 선택이 된다.


그래서 오늘은
정답을 찾기보다
속도를 줄인다.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간다.


그 왕복은
미래를 확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를 살린다.


지금, 내가 있다.
지금, 숨이 있다.


이 사실이 먼저 서면
나는 불확실성을
적처럼 대하지 않게 된다.


불확실성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삶이 원래 가진 바다 같은 성질이다.


바다에서는
파도를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파도를 읽고
호흡을 맞춘다.


불확실한 날의 마음도 같다.


두려움이 올라오면
두려움이 있다고 인정하고
다음 한 걸음만 정한다.


오늘의 한 걸음.
오늘의 한 선택.
오늘의 한 호흡.


그 한 걸음이 쌓이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나는 길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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