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창조와 파괴 그리고 삶

by 데브라

내가 어둠 속에서 깨달은 것


수련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갑자기 어둠보다 더 깊은 공간 속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어둠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려온 자리처럼
이상할 만큼 편안했다.


빛도, 소리도, ‘나’라는 감각조차도 희미해지던 그 순간,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내 안쪽에서 떨렸다.


“신은 우리가 생각하던 그런 존재가 아니구나.”




종교의 이름을 거둬낸 자리에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신에게 물어왔다.


“왜 우리를 만들었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종교는 그 질문에 답하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답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기보다
두려움과 죄의식으로 묶어두는 방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떠난다.
하지만 나는 그 흐름이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종교를 떠나는 사람들조차, 신을 향해 더 깊이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은 성전 속에 머물지 않는다.
신은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 속에 있다.



신은 우리의 무릎이 아니라, 우리의 체험을 원한다.


그날의 어둠 속에서 나는 하나를 확실히 느꼈다.


신은 인간에게 복종을 바라지 않는다.
신은 우리가 무릎을 꿇기를 원하지 않는다.


신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우리가 살아보는 일이다.


기쁨, 슬픔, 사랑, 상실, 성공, 실패.
그 모든 경험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깨닫기를 신은 기다린다.


완벽함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함 속에서 몸부림치는 인간을 사랑한다.
빛과 어둠을 함께 겪으며 성장하는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자신 안에 있는 신성을 깨우기 때문이다.



창조와 파괴 속에서 배우는 우리


삶은 끝없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다.


사랑이 오고 떠나고,
희망이 피었다 지고,
상처가 남고 또 아문다.


이 반복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신이 우리를 통해
스스로를 경험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단지 신의 조각이 아니다.
우리는 신이 세상을 ‘느끼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눈, 하나의 마음이다.



신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나는 그날, 말 없는 목소리를 들은 듯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살아라.
고통 속에서도 나를 잊지 말아라.
사랑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라.
나는 너를 통해 세상을 느끼고 있다.”


신은 우리가 천사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진짜 인간이 되길 바란다.
경험하고, 흔들리고, 깨닫는 존재로서.



끝에 다다른 지금, 나는 이렇게 믿는다.


끝에 다다른 지금, 나는 이렇게 믿는다.


사는 것 자체가 이미 신의 의도다.

우리가 겪는 모든 경험은
신이 우리를 통해 이 세상을 살아보는 방식이다.


어쩌면 우리는 따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신이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세상에 내보낸
하나의 파동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파동이 다시 고요로 돌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신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신은 법칙이다. 인격신을 넘어 근원의 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