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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mber 디셈버 Feb 14. 2024

1. 출국

한국을 떠나며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출발지에서는 조금 우중충한 하늘이 버스 위를 덮고 있었지만, 창틀 사이로 바람소리를 한껏 들이며 달리는 버스는 이내 파란 하늘을 머리 위로 드리웠다. 평소 선크림도 잘 바르지 않고, 햇볕을 반기는 성향이지만 달리는 버스 안에서의 햇볕은 금세 멀미를 느끼게 했다. 어지러운 머리를 달래기 위해 애써 먼 산과 들판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왼쪽 광대뼈를 덮은 살이 잘 익어가던 중 버스는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멀미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멀미가 사그라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는 수도권에 도착하였고, 금세 버스에서 내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서울근교의 교통체증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서울을 떠나 있던 탓에 이러한 사실들조차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예상보다 약 30분이 더 걸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버스 기사님께서는 승객들의 짐을 재빠르게 정리해 주셨다. 28인치 캐리어, 박스 하나, 더플백 하나 그리고 백팩 하나.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짐을 모두 카트에 싣고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체크인 카운터가 열렸고, 때 마침 엄마에게 온 전화를 받고는 괜히 눈물이 났다. 그렇게 부끄럽게도 눈물을 그렁그렁 한 채로 체크인과 수속을 마치고 탑승동으로 이동하였다. 뉴스에서는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급증했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이용하지는 않는 듯 많은 상점들이 이미 문을 닫았고, 또 서둘러 문을 닫고 있었다. 탑승게이트 근처 적절한 곳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꺼내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서류를 정리했다. 아직까지도 끝이 없는 서류준비에 '마무리'라는 말이 적합한 지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 보니 금세 탑승시간이 되어 비행기로 향했다.


평소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는 편은 아니지만 고된 장거리 비행 중에는 이만한 할 거리가 없는 듯하다. 이번 비행에서는 영화 '소울'과 '스파이' 총 두 편의 영화를 보았고, '하멜표류기', '따님이 기가 세요',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총 세 권의 책을 읽었는데 이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하멜표류기'였다.


이 책은 1653년 조선에 표류하여 약 13년의 기간을 조선에서 지낸 한 네덜란드 선원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학창 시절 익히 들어본 이름의 책이지만, 한 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이 번 출국길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나와는 반대로 유럽에서 한국으로 오게 된 내용에 강하게 이끌렸다. 책의 내용 역시 너무나 흥미로워 순식간에 읽었는데, 특히나 날마다 그들의 검술과 춤 등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여러 귀족들의 잔치에 초대받았다는 내용, 제주도 사람들이 그들을 괴물로 보았다는 내용을 알 수 있는 소문들 (무엇을 마실 때에는 코를 귀로 돌리고 마실 것이다, 머리카락이 갈색이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새라고 한다는 등)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들은 생활이 궁핍해져 구걸을 하기 시작했고 (저자는 조선사람들은 호기심이 많고, 진기한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했으며 구걸이 수치가 아니었다고 기록했다.) 그렇게 조금씩 마련한 돈을 모아 결국에는 배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우여곡절을 통해 마련한 배를 타고, 그 들은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끝으로 책은 마무리되었다.


하멜이 생생히 기록한 그와 동료 선원들의 표류기는 한 명의 예비 이민자(?)로서 꽤나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일들을 헤쳐나가는 데에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어떠한 고난을 만나더라도 내가 하멜만큼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고, 적어도 현지인들은 나를 물에 사는 새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래의 내용들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를 해외생활을 다시 시작하며, 스스로를 다잡고자 기록한 것들이다. 어떠한 일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1. 어떠한 일에도 굳건할 것

2. 외부요인은 나를 흔들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할 것

3. 모두에게 친절할 것

4. 주 3회 땀을 흘릴 것

5. 주어진 것에 감사할 것

6. 자신을 소모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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