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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mber 디셈버 Feb 21. 2024

3. 몸부림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

현지의 날씨는 한국의 초겨울과 비슷하다. 하지만 습한 날씨 탓에 유난히 더 쌀쌀하게 체감되는 듯하다. (난방이 잘 되지 않는 집도 물론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딱히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은 아님에도 추위를 느끼게 하는 날씨는 외출을 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꼼짝없이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할 것이 불 보듯 뻔해 결국 아마존을 통해 전기매트를 구입했다. 한국의 전기매트만큼은 못하지만 나름대로 쓸만한 것 같다.


유럽 생활을 시작한 지 어언 2주가 되어간다. 현지에 도착한 후 지금껏 무엇을 했는지를 묻는다면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작디작은 일들을 조금씩이나마 헤쳐나가기 위한 몸부림의 연속이었다. 그간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거나 생각해보지 못한 일들이 매일같이 일어났고, 그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어 한참 동안이나 컴퓨터를 붙잡고 구글링을 하느라 작은 일에도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었다.


그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현지 은행계좌를 만들기 위해 현지 은행을 알아보았다. 처음 들어보는 은행들 중 어떤 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지도 알아봐야 했고, 또 계좌의 유형 역시 한국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특히 무료로 계좌를 만들 수 있고, 또 그 계좌의 잔고에 이자를 쳐서 주는 한국의 은행과는 달리 현지의 은행에서는 사용자에게 계좌를 유지해 주는 비용을 요구한다.) 그렇게 나에게 가장 적절한 은행과 계좌의 유형을 선택해 가능한 지점에 방문 예약을 하고, 방문 시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야 했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서류 중 가장 쉽지 않은 것은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였다. 이 역시 종이에 현재 거주하는 주소와 이름이 있다고 모두 인정해주지는 않고, 전기료 명세서나 집 보험금 명세서 등의 특정한 유형의 자료만 인정을 해준다. 이와 같은 일들이 다방면으로 매일매일 반복되며 일어나는 바람에 진이 빠져 몇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정착을 위해 몸을 부비고 흙을 비집고 들어가는 몸부림의 2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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