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병원에 눈길에 미끄러진 공룡들이 실려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
작은 간접조명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전부인 진료실로 들어서자 두 명의 인터뷰어가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인사를 건네며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로 환자용 침대와 의자 몇 개 그리고 꺼져있는 컴퓨터와 컴퓨터를 받치고 있는 작은 책상이었다. 그렇게 안내받은 대로 자리에 앉았고, 그렇게 두 명의 면접관과 나는 약 50cm의 거리를 둔 채로 무릎을 마주 보고 앉았다. 왠지 모르게 환자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와중에 두 명의 면접관은 내게 먼저 자신들은 매니저이며,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말해주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테이블 앞에 직함과 이름이 적힌 명패를 테이블에 올려둔 채로 (명패가 없는 경우 역시 종종 있었다.) 면접관의 소개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바로 면접자의 자기소개로 면접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해 주었다.
그렇게 왜 이곳에 왔는지, 지금까지 어떠한 경력들을 쌓았는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고 이어서 인터뷰어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먼저 호흡기 병동에서의 경험을 언급하며 어떠한 환자들을 주로 맡아서 간호했었는지, 그리고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하는 것들은 어땠는지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질문 중간중간 끊임없이 이어진 농담과 스몰톡 덕분에 편하게 내 의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후 한국과는 다른 문화들이 간호에도 역시 영향을 미칠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질문은 만약 동료들과 매니저가 모두 당일 병가를 낸 상황에서 두 세명의 팀원과 함께 20명의 환자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았고, 순간 내가 질문을 이해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되기 시작했었다. 사실 그동안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근무를 하며 감기몸살에 시달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던 날에도, 코피가 흐르던 날에도 휴지로 콧구멍을 틀어막고 그 위에 마스크를 쓰고 입으로 숨을 쉬며 근무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잘못들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질문을 설명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으며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대처를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하지만 "갑자기 병원에 눈길에 미끄러진 공룡들이 실려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요?"라는 질문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결국, 두 명의 면접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결심하고, 사실 나에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지 모르겠으나 우선은 환자들의 중증도에 따라 그룹을 나누고 동료들과의 협의에 따라 우선순위를 설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 후 사실 한국에서는 종종 20명의 환자를 혼자서 케어해 왔기 때문에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을 덧붙였다. 그러자 두 면접관은 함께 웃으며 만약 해당 부서의 매니저가 없다면, 옆 부서의 매니저가 언제나 그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있으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만약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어떻게 출퇴근을 할 계획인 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꽤나 긍정적인 분위기로 인터뷰는 마무리되었고, 다시 대기실로 가는 길을 안내받았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두 명의 면접관 중 한 명이 다시 나를 찾았고, 인터뷰실로 다시 들어가자 두 명의 인터뷰어가 나의 경력과 인터뷰에 대해 만족했고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근무부서에 관련된 개인적인 선호를 간단히 묻고 답하며 일하게 될 부서에 대해 함께 논의한 후, 관련 정보를 HR에 전달할 것이며 수일 내로 HR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