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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mber 디셈버 Feb 15. 2024

2. 입국

쌀쌀한 유럽의 날씨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현지에 도착했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약간의 리모델링이 된 현지의 입국사무소를 지나면서도 딱히 별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빳빳한 여권에 도장을 받고 나오자 쌀쌀한 유럽의 날씨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타지에서 느끼는 추위는 유달리 춥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렇게 숙소로 향하기 위해 우버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홀린 듯이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건조한 눈에 생경한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긴 비행시간 동안 거의 뜬 눈으로 영화와 책에 몰두했음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딱히 피로를 느끼지는 않았다. 짐을 한쪽에 몰아두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 번화가로 향했다. 가장 먼저 통신사 매장에 들러 유심을 구입해 핸드폰에 끼워 넣었고, 근처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공원을 둘러볼까 하다가 첫날이기도 하고, 잠을 너무 못 잤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버거가게로 향했다. 딱히 배가 고팠던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허한 마음에 따뜻한 곳으로 향하고 싶었던 것 같다. 버거 하나와 감자칩을 사이드 메뉴로 주문하고, 조금 먹다가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다시 돌아왔다.


그래도 조금 걷고, 또 배를 채워서인지 피로가 물밀듯 몰려와 따뜻한 물을 좀 마시고는 일찍 잠에 들기로 했다. 부디 새벽 3시에 눈을 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지 않기를 바라며 오후 8시쯤 잠에 들었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삼 교대 근무를 하면서 가장 싫었던 근무는 '데이' 근무였는데, 보통 오전 6시 30분쯤에 출근해 오후 3-4시까지 근무를 한다. 근무가 끝나면 언제나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고,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씻고 나면 오후 5-6시가 되는데 그때 잠에 들게 되면 늘 새벽 1-2시에 눈을 떠 뜬 눈으로 4-5시간을 보내고 벌건 눈으로 출근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다음 날, 새벽 5시 30분경 자연스레 눈이 떠져 해가 뜰 때까지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다. 겨울과 비가 오는 날씨를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우중충한 하늘이 반갑지는 않다. 하지만 빽빽하게 쌓여있는 먹구름은 침대에 조금 더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된다. 그렇게 흐린 날씨를 탓하며 뜨거운 물로 차를 우린다. 그렇게 따뜻한 차를 다 마시고도 해가 뜰 때까지 침대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막상 가방을 열어 보면 소소한 것들 뿐인데, 왜 캐리어에 넣기만 하면 무게도 부피도 두 배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대강 짐을 정리했다. 산더미 같이 쌓인 할 일들을 차근차근해나가면서 동네에 익숙해지는 것이 지금은 우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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