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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mber 디셈버 Nov 15. 2024

37. 유럽으로 이민 온 이유 -1

유럽의 매력

알고리즘의 영향인지 최근 한국에서도 이민 혹은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는 것 같다고 느낀다. 종종 이민의 현실 혹은 한국을 떠나 행복을 찾았다는 내용의 글 혹은 영상을 보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이민의 현실이나 준비과정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현지에서도 본국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을 떠난 한국인과 본국을 떠난 외국인으로 크게 나뉜다. 대부분의 본국을 떠난 외국인은 유럽에 정착한 이유를 가족을 위해 혹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최근 필리핀 친구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본국에서의 간호사 급여가 유럽 현지와 비교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정착을 한 것에 대해 만족해했었다. 그 친구는 내게 "나는 쇼핑을 좋아해 그런데 내가 필리핀에서 근무를 하던 시절에는 내가 좋아하는 신발을 사기 위해서는 몇 주간이나 돈을 모아 신발을 하나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원한다면 하루치 급여로도 신발을 몇 개나 살 수 있어"라고 말했었다. 그 필리핀 친구는 내게 필리핀을 떠나 유럽으로 온 후 본국의 10배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또, 한 인도 친구는 자녀에게 다운 증후군이 있어 해외 이민을 결심했다고 말해주었다. 총 3명의 자녀가 있는 데, 그중 둘째가 다운 증후군이 있어 유럽에 거주하는 것이 아이를 케어하는 것에 있어 더 큰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인식이 조금 더 낫기도 하고, 학교에도 더 많은 시설과 자원이 있기 때문에 자녀에게 더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또 다른 인도인 친구는 유럽 시민권을 위해 이민을 왔다고 했다. 인도국적으로는 단순한 여행을 목적으로 해외에 방문하고자 할 때에도 사전에 비자를 신청하고, 가끔은 사전에 인터뷰를 봐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에서 근무를 하며 영주권을 따고, 그 후 유럽국가의 시민권을 따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고, 본국의 가족들을 데리고 오고, 또 자유롭게 여행을 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한국을 떠난 한국인들은 한국의 사회에 지쳐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아무래도 나 역시 한국인이기 때문에 조금 더 깊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또 앞서 언급한 나라들에 비해 생활수준이 유럽과 큰 차이가 난다고 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나의 경우에도 유럽 현지에서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10배씩이나 많은 돈을 받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한국인은 한국을 떠난 이유를 한국의 업무환경과 경쟁을 꼽았고, 간혹 유럽 현지에 대한 호기심 혹은 여행이 좋아 이주를 한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나의 한국인 친구 한 명은 한국의 업무환경이 "삭막하다"라고 표현을 했었다. 그 친구가 한국에서 근무를 하면서 겪은 일들이 그 친구를 숨 막히게 했다고 말했다. 근무시간 자체가 길기도 하고, 눈치를 보거나 혹은 상사의 의견에 대해 다른 의견을 선뜻 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한국에서 근무를 하는 동안 성취감을 맛볼 기회도 없이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 급급했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유럽의 업무시간과 여유로운 업무 스케줄에 만족한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 역시 간호사인데, 그 친구는 한국에서의 간호사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친구가 결정적으로 한국의 병원을 그만두기로 한 계기는 심하게 아팠던 날에도 병가를 내지 못하고 출근을 했었고, 출근을 해 정신없이 근무를 하다 보니 깨달았다고 한다. 근무를 하는 8시간~10시간 내내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못했고, 물을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는 사실을. 친구는 자신을 소모하는 듯한 기분에 문득 정신이 들었고, 그 길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직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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