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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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각자 나름의 사연 혹은 지향하는 바에 따라 수많은 이유로 해외생활을 시작하고 또 정착해 나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본국에서의 생활과 현지의 생활을 비교해 가며 만족하기도 또 불만족하기도 하며 생활해 나간다.
앞 전에도 조금 다뤘지만, 나의 경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한국에서의 생활이 나도 모르게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었다. 개인생활은 거의 없다시피 한 채로 눈을 떠 출근을 하고 바쁜 업무를 해내느라 내가 돌보고 있는 환자를 종종 업무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어떠한 부분에 있어 힘들어하는지,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시피 한 채로 검사며 시술 스케줄에 맞추어 환자들을 케어하는 데에 급급했었다. 그렇게 바쁜 업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해서 머리가 팽팽도는 듯한 느낌에 제대로 쉴 수 없었고, 그 느낌이 싫어 억지로 잠을 청해 보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을 떠나게 되었고, 한국인 간호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에 많이 고려하는 미국이나 호주 등이 아닌 유럽을 선택한 이유도 몇 가지가 있다. 가장 첫 번째로는 상대적으로 비자를 받기가 쉽다는 이유를 들 수 있었다. 실제 그 절차를 지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미국의 경우 현지에 취업해 정착하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호주나 뉴질랜드의 경우 다른 지역들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는 내게는 개인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또 두 번째로는 유럽의 지리적 위치가 내게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유럽여행을 올 경우에는 시간적, 금전적 제약으로 인해 대표적인 도시들 예를 들어 런던 혹은 파리 등의 큰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의 경우 이미 유럽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쉽게 유럽의 소도시들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 큰 장점으로 느껴진다.
마지막으로는 업무환경이 여유롭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휴가가 길기도 하고,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눈치를 주거나 하는 일이 없다. 일례로,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몸이 좋지 않을 경우 연 7일의 sick leave (병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7일의 병가는 진단서나 진료확인서 등의 서류가 필요하지 않은 병가이기 때문에 아무도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 등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저 병동에 전화해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출근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만을 알리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몸에 문제가 있어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은 경우, 의사에게서 소견서를 받아 제출하면 의사의 소견에 따라 더 오랜 기간 쉴 수 있다. 물론 쉬는 기간에도 모두 급여는 100% 지급되기 때문에 아무도 무리해서 일하지 않고,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다른 많은 부분들이 내게는 매력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유럽을 선택했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게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현지 생활이기 때문에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