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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국 Sep 15. 2021

왜 나는 분개조차 하지 못했는가.

그 시절 나의 어리석음에 관하여

본의 아니게 프로이직러가 되었습니다.(3)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싸한 느낌을 받게 되었고 그 뒤로 또 시간을 보내고 눈치를 살핀 뒤 

왜 내가 맡게 된 일이 그렇게 짜친 것이었는지부터 무언가 꼬인 모양새가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상사들에게 밉보였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 찍히게 되었기 때문에. 

 

계기를 알고나면 어쩌면 허무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그 일련의 일들의 계기는 신입사원 환영을 겸한 (신입사원 나 포함 2명이었음) 회식에서 내가 한 행동이 매우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입사원이  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비냉을 먹을건지 물냉을 먹을건지 각각 1인에게 메뉴를 묻지 않고 

당시 인원 기준으로 절반으로 나눠 비냉 10/물냉 10을 마음대로 시켰기 때문이었다.


나는 왜 비냉파와 물냉파의 의견 차이를
 그들의 호불호를 무시하였는가. 

이에 대해서는 나도 변명거리가 있다. 

당시 상황은 주문 받으시는 분이 이미 다른 테이블을 거치고 거쳐 나에게까지 오신 상황이었고 내 옆엔 차장님이 앉아계셨다. 

난 차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고 후식은 어쩔꺼냐는 종업원 이모님의 물음에 어찌할바를 몰라 당시 과장들이 모여 앉아 있던 테이블을 가리키며 '저 테이블에 가서 주문 받으시면 될 것 같다'라고 이야기 했다. 

내 말은 들은 이모님은 이미  다녀왔다며 빨리 정해줘야 본인들도 치우고 다음 일을 할거 아니냐고 하셨고 당연히 나는 차장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차장님은 "야 그냥 반반씩 시켜 알아서 먹을꺼야"라고 하셨다. 테이블마다 '저쪽가서 물어보라'는 말에 지치실법한 이모님께 죄송하기도 했고 이모님도 이젠 짜증이 나신 표정이라 차장님 말대로 했는데 막상 음식이 나오고 얼마 뒤 난 과장들이 모여있는 테이블에 불려갔다. 

그리고 그 중 한명에게 들은 이야기와 상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열심히 입에 물냉면을 밀어 넣으면서 날 곁눈질로도 쳐다보지 않고 했던 한 마디는 "앞으로 물어보고 시켜요."였다. 

순간 무슨 말이라도 해야했건만 '어버버버... 죄송합니다.' 이게 다 였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 대꾸없이 정적만 흐르는 테이블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짓으로 겨우 빠져나왔다.    


지금의 나라면 했을 법한 생각들, 하지만 그땐 하지도 못하고 그저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하나 맘 졸이던 그 순간. 

당사자들은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싶은, 퇴사 전까지 족히 대여섯번은 반복해서 들은 내 잘못 중 하나인 그 날의 일이 결국 남들이 모두 꺼리는 프로젝트를 떠맡아 내 손으로 계약종료까지 온갖 멸시의 말들을 감내하고 인수인계 파일들을 만들어냈어야 했는지 그게 그렇게 큰 일이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아니 마음에 안 들면 쳐먹지 말든가, 쳐먹으면서 지랄하는건 무슨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어느 순간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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