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OUTTRO
우울의 바다에 있을 당신에게
나의 글이 어떻게 읽혔을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팔자 좋은 인간의 징징거림으로
누군가에겐 처절한 탈출기 그 자체로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그렇게 닿았겠으니 짐작만 가능할 뿐.
다만,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았고
또 나쁜 그 상태 그대로는 아닌
2~3일 괜찮으면 하루 이틀은 언제 그랬냐 싶게 흔들리며 앞으로 걸어가는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당신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당신보다 뭔가 나아 보이고
기만 같아 보인다면 착각이라는 거다.
난 당신보다 낫지도 못하지도 않은
비슷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는 삶을 우리 모두 살고 있다.
그건 진짜 장담할 수 있다.
제아무리 돈이 많고 잘났어도
2% 부족한 삶을 사는 게 인간이고
부족한 2%를 채우고 싶어 아등바등 사는 것이 인간이고
때로는 부족한 2%쯤 모른척하고 싶어 뒹굴뒹굴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해도
정작 잘 안되는 것 역시 인간만의 종특이다.
바로 내가 그런 것처럼.
그러니까 우리 각자의 삶을 그럭저럭 살자.
죽고 싶은 날 하루는,
살고 싶은 이유 먼저 찾아보고
하루는 먹고 싶은 음식 내일 먹기 위해 살아보면서 그렇게.
아랫글은 나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문장 중에 하나로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붙인다.
자주 느끼는데 신이 천재의 현생을 개판으로 만드는 이유는
인간에게 공평함을 일깨워주려는 잔인함이 아닐까 싶다.
때로 내가 탓하기도 하고 고마워하기도 하는 신은 꽤 과격하다.
(종교 없음 주의, 샤머니즘 좋아하는 편 주의,
성당의 우아함과 사찰의 고요함은 좋아함. 주의)
나는 상처를 통해 인간이 성장한다고 믿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상처를 통해 성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은 상처가 없이도 잘 자랐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당신을 상처없이 지켜주고 싶다.
심지어 그대 전혀 성장하지 못한대도 상관없다.
_ 이상, 금홍에게 쓴 편지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