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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Aug 19. 2023

날 선 대화.

13. 내가 너보다 더 힘들잖아. 



아내와 나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말에는 약간의 빈틈이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최선.

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나 어떻게 힘든지. 그 최선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과연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가? 

상대방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온전하게 이해하고 있었던가?

온전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나는 아내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늘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아내는 수면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니 더 예민해지게 되고 날 선 감정적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이 감정은 나에게 전이되어 일터로 나가는 나의 기분까지 영향을 끼친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그나마 나에게라도 풀어서 풀린다면 다행이겠다.

하지만 나 역시 예전 같지 않은 수면시간과 일터에서의 육체척 피로감이 쌓이다 보니 아내와 마찬가지로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지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웃어넘길 수 있는 것도 그렇지 못하게 되어가는 것이다. 

결국 예민해인 아내와 예민해진 남편의 대화는 예전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럽지 못하고 날이 서있게 된다. 

과거와 비교하면 상상하기 힘든 서로의 모습이었다.


상대방 보다 내가 더 힘들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가슴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나보다 덜 힘든 상대가 나의 힘듬으로 인해 생기는 감정을 오롯이 받아내야 한다는 명분이 생기는 지도 모르겠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나도 힘들지만 상대방도 힘들다는 것을.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눈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마음으로는 잘 느끼고 있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이 입에서는 따뜻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아기가 생긴 부부가 가장 많이 싸우는 시점이 "생후 50일"이라고 한다.

부부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이고, 이때에 가장 예민해지다 보니 별것도 아닌 것을 툴툴대고 서로를 탓하고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은 우리에게도 다가왔다. 


서로를 마주하는 시간들을 통해서 하루의 피로감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육아가 어디 그러한가. 아기를 돌보다 보니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웠고 서로의 감정을 어루만져줄 시간이 없었다.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아기에 대한 것들이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뒷전이 되었다.

이런 과정들은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전이시켰던 예민한 감정들을 계속 쌓아가게 만들고 있었다.



잘하고 있다고 말해줘야 한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오빠는 왜 나한테 고생한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나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내에게는 그것이 깊게 터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어떤 것이든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어도 행동으로, 표정으로,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 감정을 온전하게 느낄 수 없다.

나도 모르게 표현을 안 하고 있었나 보다.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들이 남아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주고 고생한다고 나를 보담아 주길 바라는 마음이 서로에게 똑같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내가 할 말은 단 하나였다.


"미안해, 내가 더 표현할게. 고생이 많아. 다 알고 있어. 너무 잘하고 있어. 고마워."


사실 나도 잘 알고 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여자는 목숨을 건 릴레이를 시작하는 과정이고 남자는 그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뿐, 온전하게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고맙고 아기를 돌보는 아내의 지친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보담아 주었어야 했다. 

알고는 있으면서도 나도 퇴근 후 지치고, 집에서 아기를 돌보고, 부족한 잠에 쫓겨 출근하는 반복된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하루를 정리할 때는 한 번씩 서로를 안아주면서 

"오늘도 고생했어, 잘해줘서 고마워. 조금만 더 힘내자. 사랑해."

얘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내의 표현도 조금씩 예전처럼 부드러워졌다. 상대방도 힘듦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고 각자의 피곤함으로 인한 것들은 각자가 인내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것은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타인을 대할 때도 통용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바깥에서는 그렇게 예의를 지키고 상대방을 대하면서도 정작 가장 소중한 내 가족에게는 그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예의를 지키지 못한다면 타인에게 잘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부부는 다시 예전처럼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해주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표현만 할 뿐인 것이다.

이 효과는 크게 다가왔다.


나도 힘들지만 집에 가서 아내와 아기를 보고 싶고

아내도 육아가 힘들지만 남편이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 역시, 나도 모르게 안 하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면

오늘부터라도 반드시 표현하길 바란다.


나 역시 오늘도, 내일도, 계속 표현할 것이다.


"오늘도 고생했어. 잘해주고 있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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