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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Sep 08. 2023

나는 아프면 안된다.

14. 내가 아프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다.


아프게 되었다.



아기가 태어난 지 80일 정도까지는 정말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생아는 낮과 밤의 개념이 없고, 잠을 자기 위한 수면 호르몬 자체가 생기질 않는다. 사실 우리의 라이프 사이클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를 적응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지난 글 [날 선 대화]에서도 얘기했었지만 우리는 늘 "잘하고 있어, 멋있어, 사랑해"라는 표현을 더 자주 하면서 우리 부부는 서로 의지하고 독려하면서 지내고 있었고 아기는 하루하루 건강하고 이쁘게 잘 성장해주고 있었다.

나는 아프면 안 된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피곤한 직업인 내가 (나는 주방 인테리어업을 하고 있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고 일찍 나가서 시공을 하고 저녁에 집에 오자마자 아기를 보다가 겨우 잠들고 새벽에 또 깨는 생활을 지속한 것이 점점 피로도가 쌓여가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딱 아이가 나올 시기에 직원이 갑작스럽게 그만두는 바람에 모든 시공을 다 도맡아 해야했다. 

육체적으로 쌓여가는 피로에 이러다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 생애 처음으로 했다.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내 역할을 남에게 맡길 처지가 아니었다. 하루하루 체력이 바닥나는 것을 느꼈다. 

'아기가 있는 집은 다들 이렇게 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늘 아기를 돌보느라 피곤한 아내와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아내에게는 힘이 되어주고 싶었고, 아기에게는 저녁시간만이라도 놀아주고 돌보고 싶었다. 

어찌보면 이것이 내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허리와 무릎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혹시나 큰병이 아닐까 싶어 MRI를 찍어 보았고 결국 디스크를 병명으로 진단 받았다. 병원에서는 요즘 워낙 흔한 병이기 때문에 관리를 철저히 하고 2~3달은 몸을 사리라고 했다. 다행히 심하진 않아 시술이나 수술은 안해도 되고, 한달 정도 지나면 통증은 많이 사그러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증을 못느낀다고 다 나은 것이 아니라 2~3달은 조심해야 한다고. 또 무리하면 바로 재발한다며 그래서 만성이 된다고 처방을 받았다. 


그다음은 무릎을 검사했는데.. 

내 나이 마흔에 벌써 퇴행성 골절이 왔다며.. 

너무 혹사시킨 것 아니냐며 치료를 해도 완전한 연골 재생은 기대하기 힘드니 이제는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가 아프면 안 되는데.. 어쩌지..


걱정이 앞섰다.

꾸준히 치료받으면 낫기야 하겠지만 가장 먼저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 가정이었다. 

아기를 돌보는 과정에서 늘 무릎 허리를 써야 하는데, 당장에 눈앞에 깜깜했다. 그나마 저녁에 육아를 나눠가고 있었는데 그마저 못하게 되면 아내가 독박 육아를 해야한다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허리를 못쓰니 정말 환자가 된 기분이라. 일상 생활도 힘들고 육체적으로 일을 못하니 당장에 매출에도 영향이 가고.. 정말 진퇴양난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하고 살길을 찾았다.


지금은 어느정도 회복이 되어 일상 생활은 무리 없이 되는 정도이다. 

그 몇주동안 꽤나 힘들었기에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었으니..^^;

그리고 육아를 내가 나눠주지 못하니 온전하게 독박 육아를 해준 아내에게도 미안했다. 


부모는 아플 자격이 없다.


이 일을 겪으면서 예전에 TV에서 봤던 김신영이 한 말이 생각났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늘 새벽까지 찍던 일정이 많았는데, 그럴때면 모든 출연자들이 다 지쳐간다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강호동이 이렇게 외쳤다고 했다.


 "우리는 지칠 자격이 없어! 우리는 새벽 4시지만 시청자는 오후 6시야!"



그때는 웃으면서 봤지만 지금 돌아보면,

강호동이라는 사람은 모두가 힘들어하고 피곤해할 때도 본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였으리라. 

그러니까 지치지 말라고 소리치며 모두를 독려한 것이다. 

그 당시 김신영은 이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지칠 자격이 없어!"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왠지 나에게 "아플 자격이 없어!"라고 소리치는 것 같은 이유는 왜일까..ㅋㅋㅋ


정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하루를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서도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다들 아시겠지만

정말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니 꼭 명심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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