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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Sep 09. 2023

새벽, 아기와 나만의 특별한 비밀.

15. 온전한 우리 둘만의 시간



우리 아기는 그래도 잠을 잘 자주는 편이다.

밤에 잠을 자는 텀은 이렇게 된다.


저녁 9시쯤에 잠들어서 새벽 3시쯤 한번 깨서 칭얼댄다.

 이때 쪽쪽이를 물려주고 2~3분만 토닥여주면 바로 잠이 든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4~5시경에 한번 깬다. 이때는 배고픔을 느끼고 깨는 것으로 분유를 170ml 준다. 

분유량은 아내가 하루 총량과 분유텀을 계산해 보고 이렇게 정했다.

이때 분유를 먹고 나서 다시 잠들고 7~8시경에 깬다.


이렇게 밤잠의 시간은 총 8시간 정도가 된다.

이것도 통잠인가? 하..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는 산후 도우미도, 육아를 도와주는 어떤 손길도 없는 시기이다.

아내가 온전하게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잘할 수 있어! 잘할 수 있겠지? 뭐.. 해야지.."

하루에도 몇 번을 다짐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새벽수유


온종일 아기와 놀아주고, 잠자는 사이에 집안일을 하노라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쫓기고 잠시라도 쉴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밤 수유를 전담하기로 했다. 새벽에 한번 깰 때, 그리고 밤 수유시간에 내가 일어나서 해결하겠노라고 선언했다. 


나는 새벽에 잠이 깨면 다시 잠드는 게 어렵다. 그래서 아예 깨는 사람이 깨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새벽에 피곤하지 않겠냐며 정말 괜찮겠냐,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하자고 했지만 괜히 사이클만 뒤섞여 잠만 못 잘 것 같아 내가 전담하겠다고 했다. 

5시경에 애기가 깨면 어차피 난 다시 잠들기가 힘드니 그 시간에 책을 보겠다! 개인 시간이 너무 없으니 그 시간을 활용해 보겠다! 미라클 모닝!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아내는 오~ 하며 한번 해보라며 날 격려해 줬다.

아내는 밤에 잠을 푹 자고 하루 육아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렇게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몇 주 전만 해도 새벽에 아기 소리에 번쩍번쩍 눈을 뜨던 아내가 이제는 아기가 그렇게 칭얼대고 소리를 내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벽에 아기의 칭얼대는 소리만 들리면 번쩍 눈을 뜨던 아내가 이제는 그 소리조차 못 듣고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온종일 육아에 시달렸을 아내모습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본다.


나 역시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피곤했다. 하지만 이것도 며칠 연속으로 하다보니 이내 내 몸이 적응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배고프다고 새벽에 깨서 이렇게 쳐다보고 있다. 내가 잠을 포기하는 수밖에..^^


새벽, 아기와 나만의 온전한 시간



새벽에 수유를 하면서 바깥을 내다보면

저 멀리 번화가의 불빛도 보이고 하늘에서는 달이 밤하늘에 떠있다.

거실 창문 너머로 달빛이 은은하게 비쳐온다. 


이때 살며시 들어오는 빛 사이로 분유를 열심히 먹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잠에 취해서 눈도 못 뜨고 젖병을 쪽쪽 열심히 먹는다. 

자그마한 두 손으로 내 손을 잡기도 하고, 젖병을 잡기도 한다. 

이내 졸면서 두 손을 떨군다.

아가는 졸다가 먹다가 졸다가 먹다가 반복한다.

나는 이런 아기의 모습을 바라본다. 


분유를 먹는 10분 남짓, 나는 이 시간이 점점 좋아졌다.

모두가 활동하는 시간이 아닌, 그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는 새벽시간.

그 어떤 소음도 없고 아기와 나만의 숨소리를 공유하며 맞닿은 손과 피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

은은하게 비쳐오는 달빛에 보이는 아기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아기를 바라보며 나는 또다시 아빠로서의 다짐을 한다.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살아야지, 

이 자그맣고 소중한 아기를 보담아 줄 수 있는 아빠가 되어야지.


이내 젖병을 다 먹고 나면 트림을 시켜야 하는데

이때 살짝 깬 아기는 그렇게나 주변의 불빛을 찾는다..

LED 시계등, 거실 창 바깥으로 비치는 불빛들, 심지어 에어컨에서 켜져 있는 작은 온도 표시등까지..

이때가 고비다. 아기를 깨워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고개를 돌려 어두운 쪽으로 보게 한다.


이내 아기를 재워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보통 아기를 재울 때는 "쉬"소리가 나는 아기용품을 틀어놓는다. 

쉬- 소리 외에 각종 백색소음이 재생 가능한 용품인데 정말 유용하다.

하지만 새벽에 아기를 재울 때는 이 백색 소음을 틀지 않는다.


아기가 늦게 잠들면 늦게 잠드는 대로, 그저 아기를 바라보면서 토닥토닥 달래준다.

그래 자려면 자고 말라면 말아라.. 아기를 재울 때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토닥거리며 아기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 새벽에 뭐가 또 좋다고 혼자 씨익 웃는다.

그 몇 초 사이 웃음을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이렇게 아기를 재우고 나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무언가로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시계를 보고 잠자리에 든다.

'아.. 1시간 더 잘 수 있네.'

하면서..

미라클 모닝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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