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돌아온 뒤에야 알게 되는 것들

by Late Realizations

돌아보면 나는

늘 조금 늦게 알게 되는 사람이었다.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어떤 관계가 오래 갈 수 있었는지,

어떤 방향이 결국 나를 지치게 했는지.


그 순간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한 바퀴를 돌아온 뒤에야

조금씩 또렷해졌다.


그래서 예전에는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왜 나는

그때 바로 알지 못했을까.

왜 늘

지나간 뒤에야

이해하게 되는 걸까.


사람들은 종종

빠르게 깨닫는 사람을

현명하다고 말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

한 번의 경험으로

바로 방향을 바꾸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늘

그 상황 안에 오래 머물렀고,

때로는, 아니 대부분은 끝까지 가본 뒤에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나는 돌아온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멀리 돌아온 사람,

조금 늦게 깨닫는 사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이해는

머리로 먼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몸에 남는 것이라는 걸.


나는 늘

그 안에 있었다.

판단을 하기 전에

상황 속에서 버티는 쪽을 선택했고,

생각보다

경험을 먼저 통과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알게 되는 것도

늘 나중이었다.


하지만 그 이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한 번 몸으로 지나온 일들은

다시 비슷한 순간이 왔을 때

조용히 떠올랐다.

그때의 감정,

그때의 선택,

그때의 결과가

말보다 먼저 기억났다.


그래서 이제는

늦게 알게 되는 순간들을

예전처럼 부끄럽게 느끼지 않는다.


돌아온 시간들이

단순한 낭비가 아니었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멀리 돌아온 길을

실패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시간을

다르게 바라보려고 한다.


그 길을 지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지금의 나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많은 것들을

조금 늦게 알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늦게 알게 되는 것이

항상 늦은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나는

빠르게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천천히 이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 속도를

예전처럼 조급하게 밀어내지 않는다.


조금 늦더라도

내가 지나온 시간 위에서

이해하게 되는 것들.


나는 그걸

이제서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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