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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Dec 08. 2020

코로나19 시대, 불안장애가 더 심해지고 말았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호흡 곤란, 혼란한 상황에 불안장애 '악화'

2020년이 지금과 같은 풍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나 마스크를 써야 하고, 인파가 몰리는 곳에 가는 일은 감염의 위험을 각오하는 행동이 됐으며,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곳은 손으로 잡기조차 꺼려졌다. 이게 전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변화들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자연스럽던 일들이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마스크 없는 외출, 수능 이후부터 연말까지 거리에 쏟아지던 사람들의 모습,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던 겨울밤공기까지. 해외든 국내든 여행도 쉽지 않은 일이 됐고, 2020년은 적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린 해가 될 것 같다. 게다가 너무 많은 사람이 목숨과 건강을 잃었다. 


2020년은 적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린 해가 될 것 같다.


나에게도 변화는 있었다. 일부는 나쁘지 않았지만 어떤 부분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미 몇 년 전에 우울증이 심해진 이후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부담감은 비교적 크지 않았다. 


문제는 마스크 착용이었다. 아니, 사실 마스크를 쓰는 일도 처음엔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여기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심하던 몇 년 전 어느 날부터 마스크를 쓰곤 했기에 어색하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러다 여름이 되고, 무더운 날씨가 될수록 점차 답답해졌다. 마스크를 쓰고 잠깐 걷기만 해도 숨차서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됐다. 무엇보다도, 이전과 다르게 '내가 원할 때 마스크를 벗어버릴 수 없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머릿속을 사로잡는 순간 가장 두려워하던 상황이 벌어졌다. 


숨을 쉬기 힘든 데다 '숨을 마음껏 쉬기 위해 상황을 조절하는 일조차 내 손에서 벗어났다'라는 두려움이 더해지면, 불안장애 증상이 도지기 시작한다. 


불안장애가 심해지면, 제자리에 있더라도 심장박동이 갑자기 빨라지면서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점차 숨을 거칠게 쉬다가, 내 호흡을 내가 따라가지 못해서 과호흡에 시달리게 된다. 미친 듯이 뛰는 가슴과 들숨날숨도 마음대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더욱 당황하게 만들고, 주변에 아무리 산소가 많이 있더라도 숨을 쉬기 힘들어진다. 마치 어딘가 미처 몰랐던 곳에 빠져 깊이 잠수라도 한 것처럼. 


불안장애 증상이 심해졌을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숨을 쉬기 힘들어진다. 마치 깊이 잠수라도 한 것처럼.

우울증이 심할 때의 심정이 '(도저히 이대로는 살고 싶지 않아서) 죽고 싶다'라는 것에 가깝다면, 불안장애가 심해졌을 때의 심정이란 '죽고 싶은 건 모르겠고, 내가 지금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러다가 정말 죽을 것 같다'에 가까웠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내가 호흡곤란을 겪은 순간이 몇 분 정도였구나, 하고 돌아볼 수 있겠지만. 이미 불안장애가 유발한 호흡곤란에 잠겨 드는 상황에서는 출구 없는 수족관에 갇히기라도 한 것 같이 막막하고 갑갑한 느낌에 시달린다. 


처음 시작된 건 극장에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기 전임에도 한산했던 극장 안에서 영화를 막 보려던 참인데... 꽤 잔인한 장면이 초반부에 나오자 순간 충격을 받았다. 맥박이 빨라지고 숨이 거칠어졌는데, 마스크를 벗고 숨을 고를 수가 없었다. 심리적으로 당황한 것까지 더해지자 '지금 이 극장에서 뛰쳐나가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어떻게 이 영화를 보러 여기까지 왔는데!'가 맞은편에서 심리 대치 상태를 이루었다. 다행히 그 날엔 무사히 영화를 끝까지 보고 상영관에서 나올 수 있었다.  


'갇힌 기분'이 나를 괴롭히는 동안 심장박동과 호흡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다음 상황이 벌어진 건 헬스장이었다. 모든 회원과 트레이너들이 각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관건은 하체운동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중량을 무겁게 들어 올리는 하체 운동을 하고 나면 늘 숨을 헐떡거리게 되는데, 거기다 마스크를 착용했기에 매 세트마다 과호흡을 스스로 유발하는 꼴이 된 것이다. 


규정상 헬스장 안에서 마스크를 벗지는 못 하고, 너무 숨이 차서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헬스장 바깥 옥상으로라도 뛰쳐나가서 숨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PT를 받던 중이라 내 마음대로 어딘가 나갈 수 없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은 '불안'으로 이어졌다. '갇힌 기분'이 나를 괴롭히는 동안 심장박동과 호흡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다행히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그다음 수업부터는 내 최근 상태를 설명했고, 이후부터는 휴식시간이나 운동 강도를 조금씩 조절하면서 퍼스널 트레이닝에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1주 전, 위장-대장내시경을 받으러 검진센터에 갔을 때도 불안장애가 엄습해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서 수면마취를 맞았다. 수면마취를 처음 경험한 것도 아니었고, 내시경 시술을 받는 것도 처음이 아니었기에 두려울 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혹시나 내가 여기서 뭔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불씨가 됐다. 


불안장애가 엄습해왔다. 언제나처럼 '혹시나 내가 여기서 뭔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불씨의 씨앗이 됐다.

불안함에 내시경 하던 걸 중단하자고 해버릴 뻔했다. 마스크를 쓴 채로 호흡곤란을 겪은 일이 있는데, 내시경 시술을 받다가 수면마취 때문에 숨을 못 쉬는 내 상황을 상상해버렸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수면마취의 효과는 매우 빨랐다. 내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이미 약효과 내 몸에 돌기 시작했고, 나는 힘 없이 누워 점차 의식을 잃으며 잠들어갔다. 그 순간 속으로 혼자 되뇌는 말은 '괜찮다, 여기 의료진들도 다 있고 내 상태를 체크하고 있을 것이다. 다 괜찮다. 다 괜찮다...' 정도였다. 


수면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정말 괜찮았다. '내가 진짜 살아있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결국 나의 불안이 만들어낸 호들갑일 뿐이었다. 지나 보면 극장에서도, 헬스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겪어보지 않은 상황도 아니었으며, 내가 견뎌내지 못할 일들도 아니었다. 다만 어느 순간을 넘어 '덜컥' 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오면 불안은 거기에 기름을 붓고 불씨를 키우려고 든다. 


애플워치를 사고 나서, '심호흡' 앱을 종종 사용하곤 한다. 시작하면 둥근 원이 점차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는데, 이에 맞춰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평소에도 쓸 수 있는 어플인데, 불안장애 증상이 심해졌을 때 사용하면 더욱 도움이 됐다. 속으로 '괜찮다, 문제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내 뇌를 달래면서 심호흡으로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셈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하기엔 초라하지만, 이 정도로 우선 최근 몇 번의 발작과 같은 불안장애를 진정시키곤 했다. 


이전에 겪어보지 않은 상황도. 내가 견뎌내지 못할 일들도 아니었다. 다만 어느 순간을 넘어 '덜컥' 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오면 불안은 거기에 기름을 붓고 불씨를 키우려...


앞으로 언제까지 이런 순간이 얼마나 더 찾아올지는 나도 모른다. 우울증이 꽤 나아졌는데 불안장애가 이런 식으로 악화될 줄도 미처 몰랐으니까. 다만 점차 대응하는 방식을 익히면서 내 불안을 '제어 가능한 범위'로 끌어들이는 것까지는 점차 해나가려는 중이다. 마스크를 언젠가 벗는 날이 오더라도, 통제가 가능한 울타리 안으로 불안장애를 가둬두는 일은 필요할 테니까... 점차 해나가다 보면 더 잘할 수 있겠지, 조금은. 그렇게 믿고 지내는 요즘이다. 부풀었다 줄어드는 원을 떠올리며 심호흡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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