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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Apr 29. 2021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져서 숨이 '턱' 막혀올 때 있나요

몇 년째 완화와 악화 오가는 불안장애 증상, '산 넘어 산' 같은 기분

우울증과 함께 시작된 불안장애 증상은 완화와 악화 사이를 몇 년째 오가고 있습니다. 우울증이 매우 심할 때는 불안장애도 마찬가지로 심해졌는데요. 극심한 우울증 때문에 '죽고 싶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에는 불안함도 극에 달해 언제 어디서든 딛고 있던 발 밑의 땅이 사라져서 추락하는 기분에 시달렸습니다. 우울증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으로 이끌었다면, 불안장애는 '이러다가 진짜 죽겠다'라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죠.


머리로는 괜찮다는 걸 알더라도, 내 마음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찾아옵니다. 사소한 말과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촉발되는 이유'가 어렴풋이 보이는 우울함과 달리, 불안함은 별다른 이유 없이 덮쳐오기도 합니다.


사소한 말과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촉발되는 이유'가 어렴풋이 보이는 우울함과 달리, 불안함은 별다른 이유 없이 덮쳐오기도 합니다.

지난해부터는 마스크를 쓰고 호흡이 곤란해질 때 불안함이 습격해오기도 했습니다. 작년부터 헬스장을 옮겨 PT를 시작했는데, 운동량이 늘어나니 과호흡을 스스로 유발한 상황이 됐고, 가쁜 숨을 고르다가 불안함에 안절부절 못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몇 개월이 지나자 상황에 적응한 듯, 운동하다가 호흡이 힘들어져도 심리적인 불안에 요동치는 횟수는 점차 줄어들었어요. 이제는 숨이 가쁜 상황이 오더라도 '괜찮다'는 걸 알기에, 진정하려고 심호흡을 하다 보면 크게 불안하지 않게 됐습니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들어간 이후에도, 광고가 끝나고 본격적인 영화가 상영되려는 찰나에 불안함이 엄습할 때가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상영관에서 나가거나 숨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헬스장에서 숨을 가쁘게 쉬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할 때처럼, '상황이 내 통제권을 벗어났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곧잘 불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헬스장에서 숨을 가쁘게 쉬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할 때처럼, '상황이 내 통제권을 벗어났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곧잘 불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우울함이라는 감정이 점점 내 주위로 차오르는 물처럼 나를 잠식해가듯이, 불안 또한 내 머릿속에 뿌리를 내릴수록 예고 없이 숨통을 조여왔습니다. '지금 당장 숨이 차서 너무 힘든데,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숨을 고를 수가 없다니!' 하는 생각이 저를 괴롭혔어요. 코로나19 시대에 불안장애 증상이 더 심해지고 말았습니다.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하고 나면, 이후에는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지는 것으로 증상이 번져갑니다. 평소 하던 것 이외의 일이나 업무를 맡았을 때, PT를 가기 전의 상황, 내가 예상하지 않았던 사건이 벌어져 일상이 흐트러질 때... 사실 생각해보면 엄청난 상황이 닥친 것이 아닌데도, 너무 쉽게 불안해지는 내 모습에 답답하거나 스스로 놀랄 때도 있습니다. 이전에 겪어보지 않은 일들도 아니었는데, 불안함을 느끼는 장벽이 너무 낮아져 버린 것 같달까요.


 

너무 쉽게 불안해지는 내 모습에 답답하거나 스스로 놀랄 때도 있습니다. 이전에 겪어보지 않은 일들도 아니었는데, 불안함을 느끼는 장벽이 너무 낮아져 버린 것 같달까요.

애플워치 '심호흡' 어플을 켜서, 부풀었다가 줄어드는 원 모형을 보며 크게 호흡을 반복해보기도 하고, '괜찮다, 큰일이 아니잖아'라고 속으로 되뇌어보기도 하고... 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지만, 불안함에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아무리 애써봐도 불안함에 미리 준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멀리 도망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아나니까요. 헬스장에서, 극장에서, 작은 욕조 안에서 불현듯 '여길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아무런 까닭 없이 고개를 들면 정작 현실의 저는 고개를 푹 숙이고 호흡을 고르기 바빠집니다.


내가 있는 공간 안의 공기가 모두 사라져서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처럼 호흡이 힘들어지면, 심장도 빠르게 뛰면서 제자리에 앉아있기 어려워집니다.


그렇다고 남은 평생을 '하던 일만 하면서 안전한 기분 속에서' 살 수는 없을 겁니다. 우울함 때문에 좁혀놓은 일상의 울타리를 조금씩 다시 넓혀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점차 나아지는 듯하면서도 다시 발목을 잡는 불안장애 증상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


다시 해나가야겠죠.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불안함을 애써 달래 보려고, '잘 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목적지까지 내다보지 말고 우선 매번 한 걸음씩만 내딛자는 심정으로요.


다시 해나가야겠죠.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불안함을 애써 달래 보려고, '잘 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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