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태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라고.
“선생님! 쟤가 제 가방에 식판 엎었어요! 으아앙!”
고사리손을 가진 1학년 아이들과 교실 급식을 하라는 건 교사를 나태 지옥에 보내는 행위다.
“선생님, 나 밥 더 먹을래요!”
“선생님, 젓가락 떨어뜨렸어요!”
이런 애교는 뒤로 하고 일단은 배식부터.
교실에서 급식을 한다는 건, 배식도 교실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교사는 선택을 하게 된다.
혼자서 국, 밥, 각종 반찬, 후식을 30명에게 일일이 배식하는 배식 지옥에 빠지거나, 1학년 아이들에게 배식 당번을 맡겨 생지옥에 빠지거나.
죄 많은 나는 모든 지옥을 다녀왔다.
처음 1학년을 맡았을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배식을 맡겼다. 그리고 반찬통 하나를 통째로 쏟았다. 국물이 가득 든 깍두기 통을.
순식간에 교실은 살해 현장이 됐다. 범인을 현장에서 체포해 사건의 개요를 물어봤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범인은 오로지 자신의 실내화에 튄 깍두기 국물만 신경 쓰고 있었다. 여기서 아이를 추궁할 필요 없다. 왜냐하면 교실엔 30개의 감시카메라가 있기 때문이다.
“쟤가 반찬 통으로 팽이 돌리기 했어요!”
“그거 그냥 돌린 건데요?”
그렇게 우리는 그날 깍두기 없이 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김치 없이 밥을 먹어야 하는 어른 한 명만 슬퍼했을 뿐이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혼자서 모든 배식을 하기로 했다. 한 아이에게 밥을 주면 그 뒤에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나는 왜 안 줘요?”
그리고 그 아이에게 밥을 퍼주면 그 뒤에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나도 밥이요.”
그 아이에게도 밥을 퍼주면 다시 맨 앞의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왜 국 안 줘요?”
그렇게 하루를 하고, 나는 다시 배식 당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샐러드 소스를 엎었다.
아이들은 밥을 한 끼 먹는 데에도 많은 사건을 일으킨다. 밥 먹기 전 손을 씻는 것부터 어찌어찌 밥을 먹고 엉망이 된 책상과 바닥을 정리하는 것까지 사건의 연속이다.
손 씻으러 가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밥 먹다가 토하기도 하고, 책상과 바닥을 정리하다가 식판을 내러 나오는 아이와 부딪혀 온몸에 식판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아수라장이라고 표현한다면 딱 맞을 것이다.
그래도 교실은 어찌어찌 굴러간다.
간혹 바퀴가 부서진 것처럼 심하게 덜컹거리고, 진창에 빠진 것처럼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 같아도 돌아보면 느리게나마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본 글에 나오는 일화, 인물, 단체, 지역은 각색과 재구성을 거친 것으로 특정 일화나 특정인을 지칭하고 있지 않습니다.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도 모두 가명임을 밝힙니다. 가벼운 소설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