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에서 사주를 풀이하는 사람을 팔로우 하고 있는데 이야기가 재밌다. 겨울생은 고립되는 성질이 있어 자신의 세계를 만들기 쉽고, 여름생은 낮의 시간이라 다양한 세계가 눈에 들어온단다. 겨울생과 여름생은 살아가는 방식에서도, 욕망하는 것도 조금씩은 다르다는 말이었다. 과학적이진 않지만 신기했다. 그 계절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천성이 달라진다는 것이.
정말로 운명이라는 게 태어난 계절에 따라 달라질까. 나는 흥미로워하며 글을 내리다가 한 구절에서 멈춘다. 겨울생은 밤의 시간이기 때문에 '믿을 사람'을 찾게 된다. 그래야 수월하게 생존할 수 있다. 겨울생인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만세력을 켠다. 그리고 내 사주팔자를 확인하고 이것저것 네이버에 검색해본다. 현침살은 뾰족한 바늘이고, 천을귀인은 하늘에서 귀인을 내려주는 것이고, 백호살은 호랑이를 뜻하고. 이렇게 운명을 스스로 해석하다 보면 묻고 싶은 게 생긴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 건가요?
80프로는 자기 팔자를 따라가. 엄마는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엄마는 은행동에서 10년 넘게 타로, 사주 풀이를 하며 꽤 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내 사주팔자가 어떠한지 물어본다. 너한테 엄마는 용신이야. 엄마 복이 있다는 거고, 그래서 나한테 잘해야 해. 결론이 이상하게 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묻는다.
나는 어떤 팔자야?
엄마는 내 만세력을 보면서 대충 좋다고 말해준다. 마치 결말이 두려운 사람처럼 내 운명을 제대로 읽어주지 않는다. 혹시 엄마 눈에는 뭐가 보이는 걸까. 나는 사주에 흉살이라도 있을까 싶어 한자가 적힌 만세력을 보고 검색한다. 하지만 이내 무슨 말인지 몰라 포기하고 만다. 운명은 내가 읽기 힘든 글자로 되어있고, 복잡하다. 괜히 역술가에게 복채를 주고 보는 게 아니다.
나는 사주 공부까지 할 생각은 없었기에 검색창을 닫는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면 시간이 지나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럼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스멀스멀 불안이 피어오르고, 읽어내지도 못하는 흉살을 상상하다가 두려워하다 마침내 어떤 신을 떠올린다.
호랑이를 닮기도 하고,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할머니 같기도 한 그것을 열심히 상상으로 깎아냈다. 그러자 어느 정도 신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제껏 그 어느 신화에서도 보지 못한 내 운명에 꼭 맞는 수호신이었다. 나는 이 수호신에게 흉살을 막아줄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이제 막 태어난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신까지는 상상했어도, 흉살이 없는 인생까진 확신하지 못해서 대답을 받아내지 못했다. 대신 다른 부탁을 한다. 네가 나의 '믿을 사람'이 되어줄래? 밤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상상한 신은 그 정도는 괜찮다는 듯이 사라진다. 저 먼 우주나 아니면 내 속으로. 상상이 지나간 뒤 혼자가 되어 가슴에 손을 얹었다. 환하다. 아주 약간. 진짜로 신이 지나간 것처럼.
재밌고 어둡던 고민을 끝내며 다짐한다.
나는 나를 떠나지 말아야지. 겨울이 와도 여름이 와도. 흉살이 와도 스스로 '믿을 사람'이 되어줘야지. 그렇게 잠이 든다. 운명에 새끼손가락을 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