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엄마가 되는 길은 어렵다
"엄마!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나의 훈계가 있었던 어제저녁, 첫째가 내 얘기를 듣다 한 말이다. 요즘 형아가 블록으로 뭔가를 멋지게 만들면 부수고, 레고 설계도도 찢어버리는 둘째의 만행에 아들 둘을 앉혀놓고 말했다. 상대가 열심히 만든 것을 무너뜨리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아마 형아가 하는 게 너무 멋져 보여서 부러운 마음에 툭, 엄마 아빠한테 칭찬받는 형아를 질투심에 또 툭 건드리는 둘째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부족하지 않게 둘째를 칭찬한다고 하는데도 이런 일들이 지속되고 있다.
둘째의 괴롭힘(?)이 있을 때마다 울고, 또는 내게 고자질하는 첫째는 기질적으로 여린 아이다. 동생이 형을 때려도 같이 한 대 때려주지 못하고 맞고 우는 첫째를 어찌할꼬. 상대가 그렇게 했을 때 강한 눈빛을 보내며 손목을 탁 잡고 "야, 하지 말라고 했지" 하고 말하는 연습을 시켜도 "하지마아~"하며 앵앵거리다 결국 훈련받는 자기 모습이 웃겨 웃어버리고 마는 첫째다. 첫째가 어디서 맞고 있으면 아마 둘째가 달려가 형을 구해줄 거라고 남편과 우스갯소리로 말한 적도 있었다.
어린이집 가는 걸 너무 좋아하던 첫째가 어제는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얘기를 했다. 요즘 계속 거친 말투를 하는 친구와 부딪치는 것 같았다. 상황을 자세히 모르니 엄마 마음은 타들어만 갔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그 아이와 같이 있는 게 불편하면 자리를 피해라, 아니면 무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영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지혜로운 말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답답한 마음에 그림책도 찾아보고,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제목을 쓰다 보니 외유내강해져야 하는 건 어쩌면 지금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말을 듣고 그 감정에 동화되어버리지 않는 힘, 깊이 공감해 주지만 가볍게 상황을 넘길 수 있는 힘이 내게도 필요하다. 나 역시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으니까. 세게 나가는 게 어려워 늘 내가 먼저 그 순간을 피하고 이해하고 양보했었기에 첫째의 마음을 잘 알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착한 아이처럼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 받아주면서 크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가르쳐주면 좋을지 모르겠다. 일단 나부터 마음을 단단하게 챙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