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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책 좋아하니까

이 마음이 쭉 이어지기를!

by 반짝이는 루작가

올해 봄이 되면서 내 계발도 계발이지만, 금방 커버릴 아이들에게 더 마음을 쏟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그동안 점점 하원 시간을 늦췄지 4시 이전에는 하원을 시켜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먹고 요일을 나눠 한 명씩 데리고 도서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사실 긴 시간도 아니다.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일 뿐인데도 아이들은 “오늘은 누가 도서관 데이트 하는 날이야?”하며 자신의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항상 변수는 생기는 법.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아프거나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경우 도서관 데이트의 시간이 병원 진료 시간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의미는 퇴색되었고 도서관으로 가는 날이 줄고 있었다. 점심 약속을 빽빽하게 잡으며 사람들을 만나느라 나 역시도 초심을 잃고 있었으니까.


지난 월요일도 곧 복직을 앞둔 사촌동생을 만나며 시간을 충분히 보내려 했다. 그러나 동생의 사정으로 3시에 만남을 파하게 되었고, 그 흐름을 타 둘째를 바로 픽업하러 갔다.


“엄마! 이제 도서관 가는 거야?!!”하며 신나 하는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주고 나왔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그것만 ”또 읽어줘“를 반복해서 말하는 아이. 충분히 읽어주니 만족해하는 모습에서 나도 충만함을 느꼈다.


다음 날은 내가 해야 할 것들이 있어 완벽히 끝내고 싶었으나 아니야 일단 가자, 약속을 지키자며 첫째를 데리러 갔다. 역시나 첫째의 펄쩍펄쩍 뛰는 발걸음을 같이 신나게 옮기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엄마! 나 책 좋아하니까~~~ 음.. 이만큼 골라도 돼?? 아니다, 이만큼???!!“ 하며 손가락을 쫙 핀다. 잠깐의 시간밖에 없으니 차마 두 손바닥을 펼쳐주지는 못했지만, 아이가 골라온 다섯 권의 책을 모두 읽어주고 다시 둘째를 데리러 갔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나 책 싫어! 재미없어!!” 하던 아이였는데, 그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너무 반가우면서도 감사했다. 생각해 보면 최근 영어 그림책을 매일 읽어주자고 다짐한 뒤로 아이들에게 더욱 도서관과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주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얼마만큼 책 속 이야기에 빠지는지, 진짜 책이 좋은 건지 그냥 엄마와의 데이트가 좋은 건지. 아니면 사람 구경이 좋은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 가는 걸 좋아하니 그냥 나 좋은 걸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욕심부리지 말고 즐겁게 다녀야겠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뒤태가 아름다운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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