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곳에 있었지만, 서로의 안부는 묻지 않았다

by 우리

그 무렵,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예전 같지 않았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는 자주 휴대폰을 들여다보곤 했다. 서운하다고 말하면, 그는 "일 때문에", "바빠서"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진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정말 일이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그의 마음이 변해버린 걸까.


나는 우리가 다를 줄 알았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서로를 사랑해 온 만큼, 이 사랑은 특별하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도, 그저 흔한 연인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집에 함께 있을 때면, 나는 TV를 보고 그는 휴대폰을 봤다.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는 늘 피곤하다며 먼저 잠에 들었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날조차 그는 무기력했고, 예전처럼 나에게 웃거나 장난을 치지도 않았다.


언젠가부터, 그는 나보다 말이 적은 사람이 되었다. 우리의 식사는 점점 고요해졌고, 말 없는 밥상 앞에서 나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밥만 씹었다. 대화가 줄어드니 그 깊이도 얕아졌다. 우리는 같은 곳에 있었지만, 서로의 안부는 묻지 않았다. 이해해 달라는 말, 피곤하다는 말. 나는 그 말들을 수없이 반복해서 듣는 사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식당에서였다. 옆 테이블 커플이 다정히 웃으며 밥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도 부러웠다. 우리도 한때는 저랬는데, 지금의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의 침묵은 언제부터 이렇게 무거워졌을까. 내가 서운한 마음에 살짝 찡그린 표정을 짓자, 그는 “왜 또”라는 말만 툭 던졌다. 그런 그의 반응에 나는 점점 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변한 걸까, 우리가 변한 걸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어느새 나는 매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의 기분, 그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마음이 떠난 걸까? 그런 질문을 스스로 되뇌며 불안한 마음으로 그의 감정을 살폈고, 더는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내 상황은 제대로 털어놓지도 못한 채. 혼자 꾹꾹 삼켜내기 일쑤였다. 그렇게 나는 혼자 상처받고, 무너지며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는 혼자서 너무 지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 감정에만 갇혀 있었다. 나만 외롭고 나만 상처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책임 속에서 벼랑 끝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던 걸까. 그는 나를 지켜주기 위해 애써 웃었고, 끝까지 내 손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가 지쳐 있다는 걸,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동안 내게 물을 주느라 정작 그가 조금씩 시들어가고 있다는 걸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가 아무 말 없이 조용해질 때, 나는 그의 피로와 무게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외롭다는 감정에만 갇혀 있었다. 그의 침묵을, 나에 대한 무관심이라고만 느꼈다. 나는 사랑받고 싶다고만 말했지, 그가 사랑을 줄 수 있는 상태였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를 미워했던 많은 순간이 떠오른다. 서운했던 말투, 피곤하다는 이유로 덜어낸 우리의 약속, 표정 없는 얼굴, 줄어든 대화… 그 모든 것들 뒤엔, 나와 마찬가지로 상처받고 있던 하나의 사람이 있었다는 걸 왜 그땐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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