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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Jun 23. 2021

미국인에게 들었던 황당한 소리

Top 5

이 말들은 내가 직접, 내 귀로 들은 이야기로 5개만 뽑았다.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뱉은 사람들은 모두 '미국인' 들이었다.

아프리칸 아메리칸 1명 -여자

코캐시언 아메리칸 4명- 여자 1+ 남자 3

이런 발언을 들은 지역은 미국의 남부, 중부, 알래스카, 심지어 맨해튼의 중심 중의 중심 월스트리트 근처.

일천 구백육십 년대 이야기가 아니라 2007년 이후로 들은 이야기이니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 것이다.


무식과 무례는 시간과 공간과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1. 니 남편은 부모가 정해준 거지?

 

이 말은 경찰 공무원이 나에게 한 말이다.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내 옆에 탔던 운전면허 감독관이었던 그녀(그)는 도로주행 시험 내내

나와 화기애애했다. 나의 순조로운 미국 생활이 운전면허 취득과 함께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그(그녀)는 나의 이런저런 것들을 흘낏대며 너의 신발이 예쁘구나 (아, 이거 한국에서 신던 거야)

너의 점퍼가 멋지구나 (아, 이것도 한국에서 입던 거야) 등등 사소하고 잡다한 이야기들을

주르륵 늘어놓았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 운전면허 시험장으로만 돌아가면

나의 합격은 의심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러다가 시작된 호구조사. 남편과 아들이 있음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그녀)의 망언.

니 남편은 니네 부모가 정해준 거지? 너는 그것에 따라야만 했을 거야. 그렇지?

나 너무 당황해서 길 한복판에 차를 우뚝!! 세울 뻔하였다. 물론 그러진 않았다. 합격을 원하니까.

아니, 그런 일은 아마도 우리 할머니 때나 있던 일이지. 지금 누가 그런 결혼을 하겠어.

나의 대답에 그(그녀)는 적잖이 실망한 듯 보였다.

어쨌거나 나는 그날 합격했고 운전면허증을 받아서 당당히 집으로 돌아왔다.


2. 여기 살면서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점은 뭐니? 배불리 먹는 거?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거?


돌아 버리겠구나. 사람들아.

아이의 방과 후 활동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학부모 몇몇이 모여 잡담 중이었다.

우리 가족이 한국에서 왔다는 것,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등등을 이야기하다가 누군가 아주 학구적이면서도 유익한 질문이라는 듯 흠흠 거리며 나에게 저렇게 물었다.

나는 경악했지만 혼자 발끈, 펄펄 뛰기엔 상황도 적절치 않고 영어도 적절하게 구사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렇게만 말했다.

우리가 이곳에서 가장 만족하게 누리고 있는 것은 광활한 대자연과 서울보다 신선한 공기뿐이야. 많이 먹고 싶지는 않아.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을 뿐이지. 이 동네 맛있는 집은 어디야?


3. 한국에 지하철이 있다고? 흠... 흥미롭군. 지하철에서 티브이를 볼 수 있다고? 흠... 흥미롭군.


interesting... Hum... interesting.

이건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이것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은 여기를 클릭.


4. 한국에 있는 니네 가족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사나?


나 솔직히 이런 질문에는 발끈! 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얼마 만에 이런 마음의 경지에 올랐던지가

기억나면 좋을 텐데. 그건 잘 생각이 안 난다.

대충 이렇게 말해줬던 것 같다.

틴에이저 때 소풍 가서 쌀을 처음 봤는데 쌀이 나무에 달려있지 않아서 놀랐어. 한국은 농업국가가 아니란다. 네가 쓰는 쌤썽(삼성) 전화기, 쌤썽 텔레비전, 그거 한국 회사야.

오! 리얼리? 난 중국 회사인 줄 알았네

아오. 확!!!


5. 니하오+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모으고 머리를 숙여서 인사


이건 뭐랄까. 아주 복합적인 거다. 시청각적인 웃김.

내가 한국인이라고 말을 하자마자

오!! 나 한국 알아. 그러더니 갑자기 합장을 하고 고개를 공손히 깊숙이 숙이면서 동시에 나더러

니하오! 그랬다. 이건 뭐냐. 진짜.

니하오와 사와디캅의 결합인가. 아시안 문화를 넷플릭스로만 배워서 이 지경인가.

두 번 다시 볼 것 같지 않아서 대꾸도 하지 않고 갈 길 갔다. 

아, bye~라고는 해줬다.


이 다섯가지 말고도 참 많은데 기억을 짜내려니 웃음이 나고 잊었던 분노가 살아나기도 하고.

참...그렇다.



Photo by B S K from free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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