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야 진짜야
세계대전 후 궁핍하고 피폐해진 나라의 상황과 절대 빈곤에 처해진 위기의 국민들이
근검과 절약을 실천하기 위해 담뱃불을 붙이려 성냥을 하나 꺼내어 들었을때도
4명이 모여야 비로소 성냥을 치익~ 그어 불을 붙였다는 그 전설 같은 이야기.
이거 정말 사실일까?
나는 이 이야기를 어린시절 책에서도 읽었고 어린이를 위한 잡지책에서도 읽었고(소년중앙) 교실에서
선생님께로부터도 들었지만.
솔직히
믿지는 않았다. 의심스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1. 갑자기 길에서 담배 피울 사람 여기여기 모여라 하면서 어떻게 4명을 모집한단 말인가
2. 성냥 한 개비가 사람 4명을 모을 정도로 가치가 그리도 높았을까 (전쟁 이후라 어쩌면 그랬을지도)
3. 성냥을 켜서 불을 붙인 후 나머지 3명에게 불이 붙은 담배로 나눠줄 수도 있을텐데
등등 이것 말고도 여러 의심을 하였다.
내가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에 의심을 한다는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지금 처음 말해본다. 랩탑의 키보드로. 타닥타닥.
그런데 2021년 가을 끝자락. 미국 어느 구석탱이 집에서. 내가 요즘 비슷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커피. 커피필터.
요즘은 이 커피필터 한 장의 가격을 생각하노라면 집안 식구들 전체가 모였을때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나혼자 커피를 마시겠다고 이 대단한 커피 필터 한 장을 희생시킬 수 없다.
혼자서 커피를 마실까 말까 고민을 수십번 한다. 커피 필터도 내 앞 길을 막는구나.
작년 코로나가 한창일때는 정말 오른쪽 큰 박스에 들어있는 형식의 커피필터를 2달간 구입할 수 없었다.
지금은 가격이 예전보다 15% 정도 올랐다. 아마도 점점 더 비싸질거라고 생각한다.
사재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궁상을 떨지말고 좀 작작하라는 남편의 핀잔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식구들이 모두 다 모였을때 집중을 하여 커피콩을 갈고 드리퍼에 걸맞는 필터를 한 장 쏘오옥 빼서
커피를 식구수대로 만들고 나면
그 옛날 4명이 모여야 성냥 한개에 불을 붙였다던 어느 나라 사람들 생각이 나면서
혼자 흐흐 실없이 웃고 나도 어쩐지 근면 성실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