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노메이크업
그런 때도 있었다. 분명.
"노 메이크업, (예~) 노 메이크업, (예아~) 노 메이크업일 때 제일 예쁜 너어어허~" - feat. Zion.T
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만 한다.
풀메이크업일 때가 더 예쁘다는 것을.
노래를 열창하는 가수에게 대들기라도 하듯, 남의 말하는 끝에 깐죽거리기라도 하듯
노래 후렴구를 반대로 개사해서 부르는 노래 몇 곡 중 '자이언티의 노메이크업' 은 단연 압권이다.
후렴에 '노메이크업~ 노메이크업~' 하는 부분이 나오면
그 목소리에 밀릴세라 질세라 '풀메이크업~ 풀메이크업~' 우렁차게 꾸엑꾸엑 가사를 바꿔 부른다.
이제는 더 이상 노메이크업 얼굴이 예쁘지 않은 아줌마의 심술이다.
아주 오래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만큼 오래전.
머리를 하러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남의 학교 앞까지 몰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유명한 미용실과 옷가게가 교문 앞을 나서자마자 주르륵 깔려있던 그 여대 앞에는 당대 미스 '서울' 이라든가 더 나아가 미스코리아 '진'을 거의 매년 배출하던 미용실이 있었다.
거기서 엿들은 이야기. 스무 살 때 알아버리기엔 너무 진솔된 비밀.
예쁜 애들은 화장을 시켜놓으면 오히려 갖고 있는 예쁨이 확 줄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그렇다니까
신부 화장해서 확~ 예뻐지는 건 원래 좀 못생긴 애들이 효과가 좋지
그래서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아.... 내가 화장만 하면 급 못생겨지는 이유는 내가 예뻐서였구나.
정신 나간 스무 살이었다.
얼굴에 로션이나 크림을 바르는 것 이외에 바르고 또 바르고 얹고 두드리고 뿌리고 붙이고 하는 일에
서투를 뿐만이 아니라 그 갑갑함을 견디지 못하는 나는 메이크업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무심히 길을 걷다가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너무 초췌해 보일 때도 많고
사진을 찍으면 과연 이게 나인가? 싶게 낯선 내 모습에 서글픔을 느껴 요즘은 외출할 땐 조금 바르고 나서려
꽤나 노력 중이다.
세수하고 로션만 바르고 나섰다가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몸이 어디가 안 좋으냐, 집에 우환이 있느냐 같은 질문을 받으면 괜히 멀쩡하던 몸도 아픈 것 같고 무엇보다도 그런 느낌을 받게 된 그 상대방에게
내가 큰 잘못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개운치가 않다.
내가 나 자신에게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내가 나를 봐도. 요즘은. 메이크업을 한 편이 훨씬 낫다.
심지어 내 기준에 과한 메이크업- 풀메이크업이라고 해 두자- 을 하고 좀 망설이면서 나선 외출 길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예쁘다'라는 언급을 들을 수 있는 걸 보면
이제 나에게는.
노메이크업- NoNo
그냥 메이크업- SoSo
풀메이크업- Ye~~.
그래. 풀메이크업일 때 제일 예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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