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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Feb 17. 2020

60년 된 비단 블라우스를 샀다

내 사랑 굿윌

어느 동네에나 존재하는 상점. 굿윌


굿윌. Goodwill

내 물건과 다른 물건을 맞교환하는 형식은 아니다.

내 물건은 기증하고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구입을 해야 한다.

기증된 물품들은 직원들이 분류, 정리 그리고 가격표를 붙여서 이렇게 생긴 상점에 섹션별로 진열을 한다.

나는 지난 십몇 년간 정말 벼라별 물건들을 여기서 구입했다.

어디에 어떤 보물이 숨겨 있을지. 두근두근


어떤 날, 남편과 '대박' 싸웠다고 치자. 그냥. 그랬다고 치자.

아마도 나는 꿀꿀한 기분을 달래려  $10(현재 환율로 계산- 1180.9원이랜다) 지갑에 넣고 여기  것이다.  돈을 가지고 여기서 미친 듯이 쇼핑(그래봐야 10)  것이다.


몰지각한 어떤 사람이 기증한 '빨지도 않은 옷' 같은 것이 눈에 띄면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마음의 평정을 찾은 뒤 매의 눈으로 숨겨진 보물을 찾을 것이다.

나는 이 상점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신문사, 출판사 등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했다던 완전 수동식 타자기를 $9.99에 구입

1950-60년대 뉴욕 맨해튼에서 성업 중이었다던 양장점 표시가 붙은 실크 블라우스를 $4.99에 구입

살짝 작아서 발을 좀 구겨 넣어야 하지만 그래도 3시간은 참을 수 있는 페라가모 구두를 $5.99에 구입

기타 등등 등등등


60년 전 어느 고귀한 부인이 입었을 것 같은 실크 블라우스가 2020년 대도시 빈민층 나 같은 여자에게

언감생심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5천8백92원을 탕진해서 남편과 '대박' 싸우고 난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탕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였다.

호방하게 5천8백 92원을 계산하고 집으로 헤헤헤~ 하면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싸구려 비닐봉지에 넣은 60살 먹은 비단 블라우스를 들고 말이다.

아직도 멀쩡한 60살 먹은 실프 블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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