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그냥 혼돈인 것이다. 그냥 뭔가 다 헝클어진 것이다.
그냥저냥 살던 대로 살고 먹던 대로 먹으면 그냥저냥 뚱뚱해지지도 날씬해지지도 않게 쭉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가소로운 것. 나는 얼마나 멍청했던가.
임신과 출산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 다시금 맞이한 '막달 몸무게'
그것을 며칠 전에 달성하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 저주받은 모든 것의 시작은 내 변변찮은 체중계 때문이라는 것을.
10년도 넘게 우리 집 어디선가- 화장실 변기 옆, 카우치 아래, 책상 밑, 침대 옆 등등에서
세월을 함께 해 온 체중계는 수시로 숫자를 오락가락하면서 어떤 날은 나에게 환희를 선사하고
어떤 날은 나에게 깊은 절망을 안겨주는 백해무익한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정확도에 신빙성을 잃은 체중계가 가야 할 길은. 뭐. 뭐.. 버려야지 뭐.
14 essential body compositions data including;
Weight 이건 뭔지 안다
BMI 이것도 알고
Body Fat Rate 이것도 안다
Fat-free Body Weight 이건 뭐냐
Subcutaneous Fat 이건 또 뭐냐
Visceral Fat 이건 뭐지
Body Water 이건 알고
Skeletal Muscle Rate 이건 뭘까
Muscle Mass 허허 몰라
Bone Mass 사실이야?
Protein 진짜야?
BMR 몰러
Body Age 이런 것도?
Baby Weight Mode 우리 집에 아기 없음
아직 물건을 받아보지 않아서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저 14가지 기능을 $20짜리 중국산 체중계가 다 해내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저런 것은 병원에나 가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정확하게 내 체중을 측정해주고 바로바로 앱으로 연동이 되어서
언제 어디서나 내가 그 숫자들을 켜고 들여다볼 수 있으면 하는 것이다.
와아앙~~ 하고 한 입 크게 베어 먹으려던 크림 잔뜩 뭍은 빵을 슬그머니 제자리에 내려놓게 하는 역할을
해주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어서 체중관리 앱을 깔아야겠다.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