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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Sep 11. 2020

10도에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요?

계절 변경선과 날씨 변경선을 밟고 지나가기

10도에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요?


영상 10도는 어느 정도의 온도일까. 평소에는 일기예보 속 안내를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다가 나의 체감온도에 집중한 건 독일 여행 때였다. 10월에 여행을 갔고, 여행 전에 독일 현지 날씨를 찾아보니 일교차가 꽤 심했다. 많이 걷고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두꺼운 옷을 많이 챙기지 않았다. 한국의 날씨도 10월 치고는 썩 쌀쌀하지 않았기에 독일의 날씨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왔고, 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캐리어에 있는 옷들을 살펴보니 내가 내 몸의 열을 과대평가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호기롭게 남방에 재킷 하나를 걸치고 나갔지만 체력이 빠른 속도로 깎이는 걸 느꼈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체온이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영상 10도는 춥다


그 날 여행일기의 첫 줄은 영상 10도에 대한 감상으로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는 걸 몸으로 느낀다. 한국의 여름에서 독일의 가을로, 베를린에서 계절 변경선을 밟고 지나간 기분이다


날짜변경선 말고 다른 변경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기에는 생각나는 것들을 휘갈겨 썼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가을을 몸으로로 생생하게 맞이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매일 조금씩 바뀌는 온도를 출퇴근길에 느끼거나 뉴스에서 기상캐스터가 알려주는 '옷을 따뜻하게 입으셔야겠습니다' 등의 안내를 따랐을 뿐이니까. 여행지에서 모든 감각이 좀 더 예민하게 열려있다는 것도 크게 작용할 거다.


독일 여행 내내 날씨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첫 도시인 베를린에서는 가져온 옷들을 다 겹쳐 입고 우산을 쓴 채 뒤뚱뒤뚱 걸어 다녔지만, 마지막 도시인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날씨도 맑고 온도도 올라서 반팔에 남방 하나만 걸치고 다녔다. 하루 사이에도 날씨가 여러 번 바뀌다 보니, 내가 걷는 길 사이사이에 누가 날씨 변경선을 설치해 둔 것 같다. 독일에서 내가 발견한 건 날씨와 계절을 바꾸는 변경선들인 것만 같다.



25도에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요?


바깥 날씨가 가을로 느껴진다. 밖에 거의 안 나가지만 집에서도 느껴지는 온도가 있다. 만약에 온도로 따진다면, 가을의 온도는 몇 도쯤일까. 가을의 평균 온도에 대해서 따로 검색을 해봐야 할까. 오랜 시간 몸으로 느껴온 가을이 있으므로 몸이 반응한다. 이 정도 온도라면 가을이겠구나, 라는 반응.


며칠 전에 출근을 할 때 일기예보에서도 가을이 찾아왔다는 말이 나왔다. 날씨 어플은 25도라고 오늘의 날씨를 알려줬다. 출근길에 타는 지하철은 에어컨을 틀어줄 테니 쌀쌀할 수도 있지만, 매번 급하게 걷는 나는 환승하러 가는 길에 땀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아직은 여름에 가까울 거라는 생각으로 반팔을 입고 가방 안에 남방을 하나 챙겼다. 여행 때마다 챙겨 입던 남방을 가방에 품으니 여행 때가 떠오른다.


결론적으로 날씨는 더웠다. 전보다 땀은 덜 났지만 열을 많은 내게 25도는 여전히 여름이었다. 몸으로 느끼지 않았다면 25도 정도면 그리 덥지 않았다고 느꼈을 거다. 모두의 체감 온도는 다르고, 같은 온도여도 지역에 따라 체감하는 온도가 다르기도 하다. 


여전히 모르는 온도가 훨씬 많다. 좀 더 많은 온도를 알고 싶다. 이왕이면 같은 온도여도 여러 곳에서 느껴보고 싶다. 누군가 내게 몇 도에는 무슨 옷을 입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나의 경험을 토대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꿈은 온도를 잘 아는 사람.



*커버 이미지 : 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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