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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 day 1 scene

교무실에서 본 어떤 공정함에 대해서

나는 공정한 어른이 되었는가

by 김승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컴퓨터 작업을 맡겨서 거의 매일 같이 교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했다. 중학생 눈에 선생님은 거대한 존재여서, 수업이 없을 때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어떤 대화를 하고 무엇을 하는지가 늘 흥미로웠다. 젊은 선생님들 중에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선생님들끼리 점심 메뉴를 정하는 풍경조차도 당시의 내게는 신기했다.


"이번에 표창장 주는 거 A 주면 되지?"


몇몇 선생님들이 대화를 시작했다.


"A 주지 말고 B 주자."


A와 B 모두 성실한 학생이었길래, 선생님들의 대화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졸업 때 주는,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에게 주는 표창장이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학생을 선정할지 궁금했다.


"B 주자. A는 우리 반이라서, A가 받으면 내가 우리 반 애 챙겨줬다고 주변에서 뭐라고 할 거야."


중학생이 선생님에 비하면 얼마나 논리적이고 상식적이겠느냐만은, 지금 듣고 있는 이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논리와 상식에 맞지 않았다. 자신이 괜한 의혹을 사기 싫어서 다른 반 아이를 표창장 받을 학생으로 선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다른 선생님들도 딱히 반대하는 의견을 내지 않았고 결국 표창장은 B가 받게 되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결정들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도 교무실에서 봤던 당시의 풍경을 떠올리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왜냐하면 이런 식의 결정은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었으니까. 나 또한 이런 식의 결정에 침묵하고 기여한 적이 없나 생각하게 된다. 교무실에서 부조리함을 보던 학생이 형편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돌아본다.


그 어떤 감시자도 없는 공간에서 과연 나는 공정했는가.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는가.



*커버 이미지 : 아드리안 반 오스타데 '학교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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