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정한 어른이 되었는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컴퓨터 작업을 맡겨서 거의 매일 같이 교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했다. 중학생 눈에 선생님은 거대한 존재여서, 수업이 없을 때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어떤 대화를 하고 무엇을 하는지가 늘 흥미로웠다. 젊은 선생님들 중에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선생님들끼리 점심 메뉴를 정하는 풍경조차도 당시의 내게는 신기했다.
"이번에 표창장 주는 거 A 주면 되지?"
몇몇 선생님들이 대화를 시작했다.
"A 주지 말고 B 주자."
A와 B 모두 성실한 학생이었길래, 선생님들의 대화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졸업 때 주는,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에게 주는 표창장이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학생을 선정할지 궁금했다.
"B 주자. A는 우리 반이라서, A가 받으면 내가 우리 반 애 챙겨줬다고 주변에서 뭐라고 할 거야."
중학생이 선생님에 비하면 얼마나 논리적이고 상식적이겠느냐만은, 지금 듣고 있는 이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논리와 상식에 맞지 않았다. 자신이 괜한 의혹을 사기 싫어서 다른 반 아이를 표창장 받을 학생으로 선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다른 선생님들도 딱히 반대하는 의견을 내지 않았고 결국 표창장은 B가 받게 되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결정들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도 교무실에서 봤던 당시의 풍경을 떠올리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왜냐하면 이런 식의 결정은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었으니까. 나 또한 이런 식의 결정에 침묵하고 기여한 적이 없나 생각하게 된다. 교무실에서 부조리함을 보던 학생이 형편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돌아본다.
그 어떤 감시자도 없는 공간에서 과연 나는 공정했는가.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는가.
*커버 이미지 : 아드리안 반 오스타데 '학교 선생'